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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Feb 15. 2024

이웃집 할머니의 방문 1

잘못 배달된 편지


"딩동"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택배가 왔나?'


보통은 택배 배달 하시는 분이 택배를 문 앞에 놓고, 물건이 도착했다는 의미로 초인종을 누르고 가신다. 그래서 택배가 왔나 생각했는데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택배가 아님을 직감하고 서둘러 나가 보니 이웃집 할머니께서 와계셨다. 손에 편지를 들고 계셨다. 우리 집으로 와야 할 편지가 할머니댁 우체통으로 갔다는 것이다. 종종 우체국 직원이 편지를 잘못된 칸에 넣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실수를 하신 모양이다.




이곳에서는 편지를 집집마다 배달해주지 않는다. 한국의 아파트 현관에 있는 편지함처럼 번호가 적힌 단체(?) 우편함이 집 근처에 있는데 우체국직원이 그 단체 우편함을 찾아다니면서 편지를 배분해 넣는다. 집집마다 지정된 번호의 우편함을 사용하며, 열쇠를 이용하여 편지를 꺼낸다. 우편함과 우리 집은 길의 끝과 끝에 있어 걸어 다니기에 좀 멀기 때문에 차 타고 오고 갈 때 들러 우편물을 챙겨 온다.

한국에서는  편했는데... 게으른 나는 매일 우편함에 들르는 것이 귀찮을 때가 많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보내고 싶은 편지를 중간에 있는 빨간 우편함에 넣어놓으면 우체국직원이 수거해 간다는 것. 우체국을 찾아가지 않고도 편지를 보낼 수가 있다.

제일 아래쪽에 넓은 칸들은 부피가 있는 소포등을 넣어 놓는 곳이다. 우체국직원이 소포를 넓은 칸에 넣어놓고,  칸 열쇠를 해당 집 우편함에 넣어놓는다. 해당 집주인이 그 열쇠를 이용하여 소포를 꺼내고, 다 쓴 열쇠는 다시 빨간 우편함에 넣어 놓으면 우체국직원이 수거해 간다.

저 칸에도 들어가지 않는  소포, 택배들은 직접 집으로 배달해 주는데 우체국으로 직접 찾으러 오라고 쪽지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 소포가 과하게 크거나 무거울 때가 그렇다.



 

몇 달 전에는 할머니댁 편지가 우리 집 우편함에 들어있어서 가져다 드린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할머니께서 찾아와 주셨다.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드리며 계단을 모두 내려가신 것을 확인하고 나는 문을 닫고 들어왔다.

다시 식탁에 앉았는데 다시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께서 다시 오신 게 틀림없었다.

아까보다 더 빠르게 나가보았다.

역시 할머니께서 와계셨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한데, 혹시 나를 좀 도와줄 수 있나요? 드라이브웨이에 경사가 있어 내려가기가 어렵네요."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계단은 조심해서 내려가실 수 있으셨는데 차고 앞에서부터는 경사가  있어 내려가시기 어려우셨던 것 같다.


"별말씀을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할머니께서 내 팔짱을 끼시고,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에서부터 앞뜰까지 계단을 이용해 내려간 후 차고 앞의 경사로로 차까지 내려갔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에 오르신 할머니께서 무사히 출발하실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식탁에 다시 앉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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