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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Mar 05. 2024

여행 가서 친구들과 싸우지 않는 법

애틋한 우정 여행을 위한 프로여행러의 조언


친구랑 여행 가면 웬수가 되어서 돌아온다~!

정말 그럴까. 여행에서 얼마나 서로의 민낯을 볼 수 있길래?  


그런 말을 듣고 있자면 무서워서 친구끼리 준비하기가 겁이 난다.

하지만 여기, 친구와 여행 가도 안 싸운 사람이 있다. 웃으며 출발했고, 웃으며 돌아왔다.

마냥 해피한 분위기 메이커 ESFP 동생이랑도, 엑셀로 모든 계획을 칼같이 짜던 ISTJ 친구랑도 잘 지냈다.

(사실 서로가 맞추는 거다. 약간의 서운함은 가볍고 현명하게 대응할 줄 아는 지혜와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워낙 여행을 잘 다니니, 함께 가자는 친구들이 많았다. "응~ 좋지~~"

나는 친구와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원하는가? 고민해보았다. 나도 만족하고- 친구도 만족하고- 갔다 와서 우리의 관계도 더 좋아져야 한다. 작은 불씨가 친구 관계를 망칠 수 있다. 값을 매기기 어려운 우정과 경제적인 효율성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함께 가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보통은 계획을 짜면서 스타일이 차이가 나곤 다.


계획을 짜는가? 짜면 어떤 식으로 짜는가? 여행에서 무엇이 보고 싶은가? 숙소는 어디서 묵고, 무엇에 돈을 쓸 것인가? 돈은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친구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새롭게 친구를 알아가는 기분에 여행을 준비하는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다르면... 빨리 멈춰!)


@google 검색.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여행 테스트들이 있다.


나는 계획형 J가 편한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극도의 P랑은 차이가 생겼다. 그들의 즉흥성과 무계획성은 나를 힘들게 할 것 같았다. 편한 것도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다 짜면 따라오는 P형 친구들. 하지만 하루 정도의 짧은 여행은 맞출 수 있지만, 여행 스타일 자체가 너무 다르다 싶으면 긴 여행은 피했다. 내가 상대를 품을 마음이 아니라면 여행 스타일이 안 맞는 관계는 미리 조심해도 괜찮을 것 같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 그리고 여행이 아닌 다른 추억을 쌓아도 괜찮을 테니까.


해외여행은 비행기 값부터 한두 푼이 아니다. '괜찮겠지~' 안일하게 생각하고 같이 갔다가 돈도 우정도 잃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친구와는 가볍게 동남아 정도가 적당한 듯싶다. 그렇게 마음먹고 7일의 라오스와 5일의 싱가포르를 오랜 친구와 시간을 맞춰 다녀왔고, 각각 평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내가 생각하는 안 싸우는 법은
기준을 낮추고, 기대를 줄인다!



즉 욕심을 내려놓으면 여행의 순간이 즐겁고, 분위기도 괜찮고, 돌아와서도 괜찮다. 아무리 성향을 알고 간다고 하더라도 나의 기대치가 높으면 불만이 자꾸 생기더라. '또 언제 오겠어~~' 하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보고 싶지만, 적어도 친구랑 같이 간다면 "함께 하는 시간"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80:20의 법칙>

나는 엑셀로 계획하기를 좋아하는 J형 인간이다. 나이가 들며 인생이 내 맘대로 잘 안 되는 것을 깨닫고 계획성이 줄어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을 뿌듯하고 재밌어다. 학창 시절엔 쉬는 시간이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무얼 공부할지 아침에 계획표를 짰고, 20대가 되니 공부에 이어 여행 계획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다만 인생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처럼, 여행도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즐겁게 다니는 여행에 초를 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의 80%만 채우고, 나머지는 공란으로 둔다. 마음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다. 숙소도 처음과 끝은 예약하고 중간에 하루 정도는 비워둔다.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나 마음 가는 곳에서 자유롭게 남을 수 있도록.



그렇게 공백을 만들고 나니 친구와의 여행에도 여유가 생겼다. 내가 원하지 않던 계획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 출발하기 전까지는 여행 준비에 최선을 다하되, 여행 중에는 조금은 내려놓고 즐길 줄 아는 마음! 친구와 우연히 채워지는 예측불가능한 시간들의 재미를 느껴본다. 그 풍요로움 속에서 친구와의 우정이 지속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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