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주일 저녁,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문자 알림이 떴다.
"선생님, 저 중 2 파랑이인데요. 선생님 향기가 너무 좋아서요! 선생님 향수 뭐 쓰세요?"
아침에 주일학교에서 나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했던 파랑이가 담당 선생님한테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최근에 여름에 생일 선물로 받았던 향수를 쓰고 있는데, 향수 향기가 좋다고 종종 이야기 들었던 터였다. 엄청 화려하지 않고 잔잔해서 나도 좋아하는 향이다.
"안녕 파랑아! 선생님, 000 브랜드의 평안한 밤이라는 향수 써! 향기 좋다고 해줘서 고마워!"
하고 답장을 했다.
답장을 보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로 향기 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떠한 향을 풍기는 사람인가?
나는 소나무향이 나는 사람이고 싶다. 플로랄 향처럼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자몽향처럼 상큼하고 톡톡 튀지 않더라도, 은은하면서도 청명한 그리고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와 같은 향을 내는 사람말이다. 너무 강한 매력으로 언젠가 질리고 마는 사람 말고, 수수한 매력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그런 사람, 사시사철 누구에게나 변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고 싶다. 이래저래 각박한 세상에서 차갑지 않고 따뜻한 사람, 완벽하지 않고 실수투성이라도 그 자체로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 그냥 그 존재로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나눠먹어도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기쁠 때 생각이 나고, 어려울 때도 생각이 나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제일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크리스천이면서 주일날만 예수님 찾는 그런 사람 말고, 매 순간 예수님을 찾고 그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예수님의 품성을 닮은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분이 태어나신 오늘 이 밤, 다시 한번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살아가보겠다고 다짐을 한다. 파랑이 같은 친구에게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이렇게 나만의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Photo by Laura Chouett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