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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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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리 May 10. 2024

수영 1일 차

 수영이 하고 싶어서 3년 전에 수영복을 사놨었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했고 자가용 자동차가 없다는 핑계로 묵혀 두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나서 꾸준한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다시 수영에 대한 나의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모임장이신 변은혜 작가님께서 독서모임 채팅방도 있지만 운동인증 채팅방도 있다고 안내해 주셔서 바로 들어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 채팅 멤버분들에게 나는 이제 앞으로 수영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집에 와서는 바로 메모지에 수영을 하겠다고 크게 써붙였다.  

 그리고 바로 수영장에 등록을 하러 가서 결제를 했다. 월, 화, 목, 금요일은 수업이고 수요일에는 자유수영을 하는 날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등록한 그날부터 바로 수업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수업시간에 맞춰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에 가서 샤워를 하고 쭈뼛쭈뼛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영을 배운 적이 있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네." 하고 대답했다가 "아, 아니요."라고 정정했다. 결혼 직후(12년 전쯤)에 수영장에 잠깐 다닌 적이 있었다. 호흡이랑 자유형을 배우던 중에 첫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바로 그만두었다. 왠지 수영장의 염소물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아무튼 수영을 배운 것도 아니고 안 배운 것도 아니고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아예 발차기부터 다시 배우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첫날이라 물 밖에 앉아 발차기를 주야장천 연습했다. 선생님은 아주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인 것 같았다. 동작 하나하나를 끊어서 하도록 알려 주셨다. 발차기를 열심히 연습한 후 물속에 들어갔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서 물 온도가 조금 춥게 느껴졌다. 점프를 콩콩 뛰면서 몸을 움직였다. 킥판에 손을 올리고 발차기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 첫날이라 그런지 다리에 힘이 쌩쌩하고 신나서 몇 바퀴나 돌았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가버렸다. 끝인사로 손을 모아 파이팅을 하고 수업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서 수영가방을 정리한 후 바로 남편한테 가서 오늘 수업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시청하던 TV를 멈추고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내가 그래도 예전에 자유형까지 배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몸이 기억을 하더라면서~~ 아무래도 수영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오늘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았다고 수영을 왜 이제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허세를 섞어가며 신나게 떠들었다. 


 과장이 아니라 수영이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더 일찍 시작할 걸 후회했다. 시작하길 잘했다. 수영수업이 9시에 끝나서 집에 왔는데 실컷 떠들다 보니 11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고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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