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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언니 Feb 08. 2024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행사 준비

겨울이 지나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달, 3월. 동생의 친구가 결혼을 한다. 내향적인 동생은 눈치만 보다가 덜컥 축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본가에 내려올 때마다 가방에서 '황마'를 꺼냈다. 한때 유행했던 황금마이크다.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며 황마 전원 버튼을 키는 것으로 축사가 시작했다.

'떨리네요'라고 멘트를 적어왔는데 정말로 떨리네요.

동생의 축사 첫 멘트였다. 저 멘트만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고 나서 말했다. 아무래도 축사는 내가 나가서 발표하면 될 것 같다고, 이젠 다 외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동생은 2달 동안 주마다 와서 축사 스피치를 이어갔다. 내 동생은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다 보니 목소리 하나하나 신경 썼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가며, 개선점을 찾았다.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언니는 매일 사람들 앞에 서야 하니까 떨리지 않을 거라고. 나는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나도 떨고, 긴장한다고.

그러나 속으로도 말했다. 너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문토에서 처음으로 자유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됐다. 열다섯 명이 모이는 자리였고 처음 진행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잘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타임 테이블을 짜고 그날부터 멘트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해서 멘트를 숙지하고 있을 때 문득 동생이 생각났다. 황금마이크를 가지고 끝없이 멘트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귀에 딱지가 앉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동일하게 그러고 있던 게 아닌가.

나는 모임이 시작하기 전까지 최대한 자연스럽게 리드하기 위해 연습했다. 나는 그제야 알게 됐다.  최상의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 언제나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마치 동생이 그랬던 것처럼.

반갑습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 클럽 운영진이자 오늘의 메인 호스트를 맡게 된 동네언니입니다!


연인은 나의 스피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주며 계속해도 된다고 독려해 줬다. 그는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고 또 들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바로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준비된 상태에서 더 좋은 것들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늘 리드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더 많은 독서모임을 열어 질문 던지는 연습을 한다. 또한 사람들의 시각을 넓히기 위해 색다른 발제를 고르려고 애쓴다.


게스트가 인사이트를 얻을 때마다 노트에 적어가는 그 모습을 보고 싶다. 게스트들이 만족하고 돌아가면 그걸로 좋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준비된 호스트가 되어야지.

나는 질 좋은 모임을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동네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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