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시작되는 하루...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정신없게 때로는 느슨하게... 하나도 똑같지 않은 우리들 인생... 흐르는 시간을 매 순간 인지하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그 흐른 시간들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문득 소름이 돋기도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금의 삶이 크게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뭔가 좀 더 생산적이어야 할 것 같고, 좀 더 나아야 할 것 같은...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는 그 마음에 자꾸 스스로 해보는 질문은 아닌지...
평범하게 조용히 흐르는 나의 오늘이 누군가에겐 단 1초도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잊고 산다. 정작 알아야 할 것은 모르고, 몰라도 될 것들에 집착하며 보통의 날들의 소중함을 쉽게 지나친다. 일상에 대한 감사를 늘 말하지만, 정작 속으로는 내 주변의 일상이 당연한 듯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건 아닐까...
4월 7일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인 김범석 님... 그분이 담담하게 말하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참 먹먹했었다. 자신이 고1 때, 폐암이 재발되어 돌아가신 아버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느 날 유난히 공부도 안되고 기분도 이상해서 아버지 병문안을 갔는데 아버지의 침대가 비어있었다고 했다. 그날 오전에 돌아가셔서 영안실로 가셨다는 소리를 아버지의 옆에 계셨던 환자분께 들었었던 그 심정이 어땠을까...
그렇게 안 좋으신 줄 알았다면 공부를 하는 대신에 좀 더 아버지와 대화도 많이 하고 시간을 보냈을 텐데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게 한으로 남는다는 말... 말기 암환자를 대하는 그의 마음이, 삶을 의미 있게 연장하기 위한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 대신 시간을 선물'하는 의사로서의 그의 임무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늘 옆에 있고, 항상 같이 있을 거라고 당연히 여기는 가족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숨 쉬는 일 조차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일일 수 있음을 어리석게 깨달았던 시간...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때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관점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늘 죽음을 마주하며 사는 김범석 님이 전한 어제의 그 한마디와 오늘 오후... 누군가의 고통에 대한 가슴 아픈 소식으로 돌아보게 된 나란 사람의 주변...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계셔주시는 부모님, 가족을 위해 늘 사랑과 성실로 최선을 다하는 신랑, 금쪽같은 내 새끼들과 소중한 친구들... 이렇게 소중함 속에 둘러싸인 나인데,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욕심으로 들끓었던 나의 마음을, 지지고 볶고 사는 이 평범한 날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어 버리고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던 부끄러운 나를... 이 글을 쓰며 조용히 비워내 본다. 이런 마음이 언제 또다시 욕심으로 차오를지 모르지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보통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