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다. 브런치 나의 공간에 뭐라도 끄적이기 시작하는 이 시간이... 어제 낮에 일을 하는데 갑자기 브런치 알림이 뜬다.
"작가님, 지난 글 발행 후 구독자가 1명 늘었어요. 그런데 돌연 작가님이 사라져 버렸답니다.ㅠ_ㅠ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작가님의 새 글 알림을 보내주시겠어요?"라고...
실은 몇 개월 동안 새 글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런 비슷한 알림들을 여러 번 받았다. 나처럼 오랜 시간 새 글 발행이 없는 작가들에겐 다 보내는 알림이겠지만...
"작가님 글이 보고 싶습니다. 무려 60일 동안 못 보았네요. ㅠ_ㅠ 지금도 다양한 작가들이 브런치를 통해 책 출간을 하고 다양한 기회를 만나고 있어요. 작가님도 동참하시겠어요?"라고...
그동안 알림도 모른 척 애써 무시했으면서 오늘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끄적대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오늘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이 좀 지났다. 작년 11월... 브런치 작가로 먼저 활동하고 계셨던 블로그 이웃님의 권유로 시작했던 브런치였다. 운이 좋아 한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글들을 채워나갔다. 누가 읽어주든 아니든 상관없이 내 이야기를 적어 놓겠노라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 뒤죽박죽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어온 뒤로 뭔가를 채워 넣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더니 브런치 첫 생일인 지난달에도 간단한 글 하나 남기지 못하고 외롭게 이 공간을 비워두고 말았다. 그렇게 알면서도 모른 척, 개운하지 못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 그랬는지 브런치에서 받은 어제의 알림이 유독 더 묵직한 돌처럼 느껴졌었나 보다.
그동안 새 글 발행은 안 했었지만 댓글 주고받았던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려고 로그인은 가끔씩 했었다. "나 여기 아직 살아 있으니 잊지 말아 주세요"라며 마치 생존신고라도 하는 것처럼 어제도 그렇게 들어왔었으니까... 몇몇 작가님들 글을 읽고 안부 전하듯 댓글을 남긴 후 로그아웃을 하려는데 어젠 평소처럼 커서를 빨리 내리지 못했다. 낮에 받았던 알림 멘트 때문이었는지 '작가의 서랍'이라는 글씨에 커서를 갖다 대고 오랜만에 클릭해 열어 봤다.
쓰다 만 글, 제목만 있는 글... 지저분하게 흩어진 물건들로 정리되지 않은 서랍처럼, 그 안에 들어있는 글들 역시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제목만 있는 글은... 그 제목을 썼을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지금은 제목을 봐도 이걸 왜 써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오래 남지 않는 감정이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지... 찌꺼기 없이 해소된 감정이라면 오히려 다행인 걸까?
블로그와 브런치, 두 가지를 다 감당하기엔 내 능력이 모자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시간이 여유롭지도 못한 탓도 있는데 이건 뭐 늘 얘기하는 가장 손쉬운 핑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대단한 글을 써내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부담스러워했던 걸 보니 어쩌면 욕심을 부렸나 싶기도 하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땐 블로그에 쓴 글들을 복붙 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글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미 몇 개의 글들은 블로그와 겹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도 아직 장담을 못하겠다. 지금 이런 마음이라면...
사춘기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일상들도 아직 현재 진행형인데... 그런 일들을 소재삼아 글을 쓰다 멈춘 이유도 감정 정리가 쉽지 않아서였다. 점점 더 컨트롤이 안 되는 느낌인 데다 아이들을 대할 때와 뭔가 글이랍시고 끄적대고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상당히 모순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아무리 내 갈길을 가겠노라고 다짐해도 어쩔 수 없이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선 누군가와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기도 한가보다.
갑자기 계획 없이 쓰게 된 글이라 또 넋두리로 마무리될 것 같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즈음에 뜬금포 안부를 전해보련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으로 만났지만 블로그로 일부러 찾아오셔서 이웃 맺어 주시고 안부 전해주시는 작가님, 오랜만에 들어와서 댓글 남겨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작가님, 새 글 발행이 없는데도 글 찾아보시고 댓글 주셨던 작가님, 무슨 글에 공감을 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새로 구독해주신 작가님에게... 이런 소중한 작가님들이 곁에 계시니 브런치를 오래 비워두는 일은 없어야겠지. 올해도 다 저물어 가는데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약속같은 다짐을 해 보는 오늘의 나...
따뜻한 그리움 - 김재진
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 따뜻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 나에게 기대는 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뭇한 풍경이라면 좋겠네. 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 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을 닦는 그리움이라도 모락모락 김 오르는 그리움이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