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누군가에 비하면 오래 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시답잖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다. 내 나이 사십. 나는 요즘 불혹질이 한창인 사십 대 아빠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하고, 딸아이를 가진 아빠이기도 하다. 칼로 물 베기가 한창인 부부 사이 중 남편이기도 하다. 너무 평범하기 그지없는 가정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거.
평범한 사람, 가정, 환경에서 무슨 할 말이 많이 있겠냐만은, 실상은 그 반대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평범하기에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으니까. 잘생겼고, 예쁘고, 부유하고 여유 투성인 이야기는 이제 평범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나는 낮은 곳에서 그저 내 갈길을 걸어간다.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는 억지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요즘과 같은 특별함 과잉시대에는 평범함이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사십이 되어보니 나만의 언어라는 게 생긴다. 나이를 먹어서 생각의 결이 그렇게 벌어지고 파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한 곳으로 뻗쳐가기에 나이의 농익음을 자각하는 원리 같다. 철든다는 게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것일까? 철든다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가 새삼 궁금하다.
앞으로는 평범하게 사는 볼혹의 사람이 깨달은 바를 조금씩 써내려 갈까 한다. 옛말 중 틀린 말 하나 없다는 말에 다른 버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씩 다듬고 수정해 우리네 정서에 맞게끔 각색해 보고자 한다.
작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작지 않지만 거슬리지 않듯, 내 글 또한 물 흐르듯 편하게 읽었으면 한다.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쓰는 글이니까. 이곳 책갈피 안에서 만큼은 내가 주인공 세상이니까.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맞지 않는 대로, 공감 가는 부분은 공감하며 그렇게 저렇게 읽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