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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11. 2024

미혹되지 않는 삶

 많이도 끌려 다녔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뭐 하나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간 적이 없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다더라와 같은 단맛에 홀려, 흘려버린 지난 과거들. 지금도 뭣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속상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고생은 사서 한다와 같은 말을 머리맡에 붙여두고 살았다. 과연 남들을 따라 하고 흉내 내는 행위가 고행길이라 할 수 있을까? 모두가 휩쓸고 간 골드러시 현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금덩이가 없다며 울상 짓는 게 과연 실패라 할 수 있을까? 정말 성공으로 가는 길에 겪게 되는 여정으로써의 실패가 맞느냐는 말이다. 


아닌 줄 알면서도 따라가던 나는 무엇에 홀려 살았단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인생에도 가성비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남들처럼 노력하기는 싫은데 남들만큼 벌고 싶다는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꾸준히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시작이 쉬우면 포기도 쉽다. 이 분명한 사실 앞에는 핑계가 없다.


내 나이 마흔, 불혹이라 한다. 어떤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들다거나 나이를 먹기만 함으로써 그저 그런 사람이 참된 사람으로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지만 묘하게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내가 그렇게 끌려다니고 살았음을 지금이나마 자각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만 사십이 되는 지점에서 말이다.


무엇이 나에게 시계추 같은 균형감각을 주었나. 사람, 독서, 글쓰기, 코로나? 무엇이 되었든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세월이 빨리 가는 것만큼이나 지난 세월의 좋음과 나쁨, 허와 실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중이니까.


지금은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인생에 닻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미혹되지 않기 위함을. 제자리에서 한결같음 보다는 서로의 위치를 인정하고 각자의 간극을 저버리지 않기 위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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