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코로나 초기 때부터 나름 노력해서 열심히 코로나를 피해 다녔다. 가능한 사람들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족 모임은 대부분 취소했고, 회사 회식도 최대한 피했다. 2년 가까이 아이들 학원도 보내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수는 없었기에 가끔 소규모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기는 했다. 다행히 델타 바이러스 까지는 무사히 우리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오미크론 변이에 우리 식구가 노출되고야 말았다.
며칠 전 집에 바닥 공사를 하게 되어, 온 가족이 처형네 집에 이틀을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데 둘째 날, 조카가 갑자기 열이 40도 가까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자가 키트 검사가 두줄이 나와버렸다. 이미 하루를 같이 먹고 자고 놀고 한 상황이라 이제 와서 다른 집을 찾아가 신세를 지기도 어렵고,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같이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치명률이 낮아진 오미크론이 유행한 이후로 우리 가족은 조금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었다. 델타까지 잘 피한 것만으로도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그냥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음 편히 지냈다. 어떻게 보면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차례대로 걸리는 것보다 한 번에 다 걸리는 게 더 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와이프와 첫째, 둘째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40도 가까이 열이 올랐고, 와이프는 몸살이 심하게 걸린 듯 피부가 다 아프고, 목이 아파 말을 잘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막내도 고열이 오르며 네 식구가 모두 확진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나는 아무런 증상도 없고, 검사를 해도 음성이 나왔다. 백신 3차를 맞은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그런 건지 체질이 그런 건지 어쨌든 다행이지 싶었다.
동네 병원에서 신속 코로나 항원 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가 되고, 확진자가 되면 해당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약을 바로 받을 수는 없고, 몇 시간 후에 누군가가 약을 대신 받으러 약국으로 와야 하는데, 문제는 가족이 다 확진이 돼버리면 약을 받아올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집은 다행히 내가 음성이라서 약을 받아올 수 있었지만, 상황이 안 되는 집은 퀵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맥시부펜을 먹여도 아이들 열이 잘 내려가지 않았었는데, 확실히 병원 약을 먹이니 어느 정도 차도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아과에서 처방한 약이 아니라서 막내가 너무 먹기 힘들어했다. 생전 처음 맛보는 막대사탕도 쥐어주고 어르고 달래 가며 겨우겨우 약을 먹였다. 참고로 확진이 되면 전화로 진료 및 처방이 가능하다. 전화 진료 가능한 병원 목록에 자주 가는 소아과 병원도 있어서, 두 번째 약은 그 소아와에 전화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확실히 소아과 약은 맛이 있는지 막내가 스스로 붙잡고 먹기까지 했다.
아이 셋은 이삼일 정도 열이 나더니 곧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아프기 전 보다 더 미친 듯이 뛰어노는 느낌이다. 그리고 학교도 가지 않는 7일간 격리를 즐기는 듯했다. 와이프는 열이 내리고도 목이 계속 아파서 며칠을 더 고생했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며칠이 지나자, 이제 내가 목이 간질간질하기 시작했다. 멀쩡할 때 나라도 격리를 해야 됐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족들이 다 앓아누워 누군가는 병시중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검사를 다시 받아보니 어김없이 양성이 나와버렸다. 하지만 다행인 건 나는 미열이 조금 나고 기침과 콧물이 조금 있는 정도의 경미한 증상만 있었다.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느낌이 들긴 했는데, 타이레놀을 먹으니 금방 괜찮아졌다. 7일간 격리의 답답함을 잘 견디면 되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코로나가 큰 문제를 일으키니 않고 잘 지나갔다. 오히려 걸리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코로나 걸리고 나서 살도 조금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