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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ㅐ즈애플 Apr 30. 2021

Snow Showers에 대한 이해


    카나다는 4월인데도 눈이 내린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막상 내리면 또 놀란다. 4월이니까 곧 봄이 온다고 기대해서 그런 거 같다. 밴쿠버는 꽃도 피고 난리인데 왜 여기는 아직도 지긋지긋하게 눈이 내릴까? 내가 사는 곳이 카나다라고 말하기도 거시기 하다. 카나다 하면 다들 벤쿠버나 토론토만 떠올린다. 그래서 모든 지역이 다 밴쿠버나 토론토 같을 줄 안다. 만약 한국에서 맞선을 보고 신붓감을 데려온다면 여기가 정말 카나다가 맞냐며 실망할 것이다. 결혼사기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카나다라고 하지 말고 에스키모가 사는 곳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아니면 맞선은 꿈도 꾸지 말든지. 


    사람의 성향, 기질은 그 사람이 어디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사는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서도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 들어가는 최고급 포도 품종이더라도 호주나 남아공에 옮겨 심고 와인을 만들면 보르도 와인과는 또 다른 신세계 와인 맛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한국이라는 땅이 한남충이라는 종특(?)을 만들어냈지만 그 한남충도 프랑스에 살면 와인 맛 한남충으로 바뀐다.  웃긴 건 그 와잇 맛 한남충도 카나다 와서 얼었다 녹았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아이스 와인 맛으로 또 변한다. 


    파리에서의 나는 예술 애호가였다. 도처에 널린 미술관과 박물관,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으로 길을 걷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웠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도착해서 그림을 보는 순간, 나와서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순간 순간이 예술과 함께이다 보니 자연히 그럴 수밖에. 반면, 카나다에서의 나는 베어 그릴스다. 육 개월에 가까운 겨울동안 동물, 식물, 물고기, 사람 모두 집안에 숨어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한 날씨가 굉장히 소중하다. 여름에는 다들 바깥으로 나온다. 그래서 나도 여름동안은 매주 캠핑을 갔다. 하지만 파리에서 물들었던 와인물이 아직 덜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야생적인 베어 그릴스가 된 지금도 예쁜 단어를 보면 아껴두었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은 간지러운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지난 월요일 Snow Showers가 내렸다. 소낙눈이라는 한국말도 예쁘지만 Snow Showers라는 영어 단어도 너무 예쁘다. 육 개월의 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카나다지만 Snow Showers는 사월, 봄이 오기 직전에만 볼 수있다. 마치 아침 샤워처럼 짧고 강렬하게 내리는 Snow Showers는 카나다만의 소통 방식으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비록 내가 사는 곳이 밴쿠버도 토론토도 아니고 에스키모가 살 거 같은 외딴 시골이지만, 이곳에 오면 대도시에서는 감히 구경할 수 없는 사월의 Snow showers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스 와인 맛 한남충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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