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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Apr 01. 2024

오징어게임 실사판

오징어게임 시즌2가 2024년에 방영한다고 한다.

스릴러나 공포 부류의 영상은 전혀 못 보는 나는 오징어게임 시즌1도 인기가 한참 식어서야 보게 되었다.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탄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궁금함이 공포심보다 더 컸기에 결국 시청한 것이었다.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저 인물들 중 과연 어떤 모습을 한 사람일까?'

'저곳을 간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목숨을 걸고 참여해야 하는 게임에서 O, X 중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그리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한국 사회가 아무리 망가졌다 한들 저런 게 어딨어!'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오징어게임이 방영되기 전에도 실제하고 있었다.

곰곰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경마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나는 20대 초반 경마장을 즐겨간 적이 있었다.

비록 한 경기에 1000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했었지만, 

그때 당시 경마라는 도박이 내게 가장 큰 도파민 자극제였다.


경마장에서는 전광판을 크게 띄워놓고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말이 달리는 모습을 지켜본다.

말이 하는 행위, 말의 전 경기 성적, 말의 몸 상태 등 

말의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한 평가를 살핀 후, 자신이 생각하는 말의 점수에 따라 투기를 하는 것이다.


한 경기에 수억 단위가 넘어가는 투자금을 보고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니 만큼 경제관념이 없어서 별생각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몇 년을 일하고, 몇 년을 저축해야 저 돈인데... 한 경기에 저만치 태우다니...'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 듯하다.


투기한 액수만큼 중요한 것은 말에 대한 사람들의 자세였다.

자신이 투자한 말이 보답을 하지 못할 때면 '저 XX 멍청하게 저기서 저렇게 달리냐!',

'아 이 XX, 먼저 재치고 갔어야 그다음이 수월했을 거 아니야!',

'앞으로 8번 저 XXXX는 내가 다신 안 건다!' 등의 욕설을 서슴없이 퍼부으며 저주를 하는 것이었다.


이 모습이 오징어게임 드라마와 무엇이 다를까?

말이 이정재와 그 외 인물들이고 투기꾼들이 드라마 속 구경꾼들이 아닌가.

마사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오징어게임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에 비유할 수 있겠다.




'경마장'이라는 너무 편협한 시각에서만 말한 거 같아 다른 예시를 들어보고 싶다.

그건 바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들이다.

온몸 바쳐가며 죽어라 목숨 걸고 경기에 임한 결과는 명예와 트로피 그리고 상금 등 다양하게 있을 수 있으나,

알지 않은가. 금, 은, 동. 1등, 2등, 3등. 우리는 단 세 명에게만 그 권위를 부여한다는 것.

그리고 그마저도 금과 1등을 차지한 이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


우리는 텔레비전 속 그들의 모습을 보고 경기를 뛸 줄도 모르면서 훈수를 둔다.

'이렇게 했어야지!', '저기서 저쪽으로 빠졌어야지!', '뭐 하냐?', '야 넌 나가라 그냥' 등 

들리지 않는다는 명목하에 하는 말들이었다면, 익명성을 보장받은 악플러들은 어떠한가.


이는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말들이 아니다.

연예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조차도 편협해 보인다면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

내가 진급을 했을 때는 누군가를 누르고 대신한 결과라는 것,

내가 학교에서 성적으로 1등을 했을 때는 아래서 받쳐주는 누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열심히 살아간 것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당연히 무언가 1등을 달성한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뒤에 없을 수 없으니까.

그들이 빛나야 할 이유는 반드시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오징어게임도 마찬가지다.

이정재가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목숨이 희생되어야 했다.

그렇다고 1등이 아닌 자들에게 가치가 없는 것일까?


대기업을 다니지 못한다고 해서, 연봉이 적다고 해서,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고 해서, 

키가 작다고 해서, 얼굴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체중이 더 나간다고 해서, 

자가가 없다고 해서, 자차가 없다고 해서, 외제차가 아니라고 해서

어떤 이유를 빗대어도 말이다.


모든 것이 이상하리만치 오징어게임과 닮아 있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것이 오징어게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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