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가족들이 함께 모인 단톡방의 알람 소리가 울렸다.
’세척 사과 시킨 사람?‘
엄마가 고요한 단톡방에 질문을 던졌다.
엄마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나는 주문한 적이 없음을 재빨리 밝혔고,
이어 언니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늘 그렇듯 본인과 관련 없는 이야기에
묵묵부답으로 화답했다.
아무도 주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두 다리 뻗고 누울 줄 알았던 엄마는
도통 되찾아가지 않는 사과 박스에
불편한 기색을 비췄다.
… 뚜루루루… 뚜루루루…
“어, 엄마 왜 전화했어?“
“사과 주인이 상자를 찾아갈 줄 알았는데 안 찾아가.
어떡하지? 이거 사과라 오래 여기 두면 상할 텐데. “
“택배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문자 갔을 거야.
본인이 잘못 주소 적은 거 확인하면
회수하든가 가져가겠지. 그냥 문 앞에 둬~“
“알겠어~”
엄마의 ‘알겠어’는 거짓말이었다.
급기야 사과 상자에 적힌 사과 가게에 전화해서
오배송이 된 사실을 밝혔고
주문 정보를 상세하게 말하며
주인에게 제대로 배송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는 주문을 받은 대로
배송을 한 거라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귀찮다는 태도로 일관한 것이
며칠간 골머리를 앓았던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지금 나랑 상관도 없는 일에
이렇게 전화해서 알려줬으면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이 이야기는 문 앞에 여전히 놓인 사과 박스를 보고
질문을 던진 나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는 씩씩대며 분노를 되새기듯
통화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고
맞장구치며 엄마의 화를 식혀주었다.
이 ‘화’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주문을 잘못했지만 찾아가지 않은 주문자
(꼭 본인의 집에 주문했으리란 법이 없긴 했다.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면 그대로 둘 수밖에),
택배를 오배송했는지 알 수 없는 택배기사,
(10년 넘게 산 집이기에 전 집주인이
잘못 주문했을 리는 없을 터였다),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긴 사과업체,
사과가 썩든 말든 오지랖 아닌 오지랖을 부린 엄마.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오배송한 것을 알았을 때
회수를 부탁했으면 되었을 주문자,
사과 한 마디와 감사인사 한 마디의
별거 아닌 친절함으로
엄마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던 사과업체,
본인의 행동에 어쩌면 감사를 바랐을 수도 있을
엄마의 작은 욕심이 섞인 기대.
각각의 상황을 알 수 없기에
함부로 잘잘못을 판단할 수 없었던 나.
누구에게 이 ‘화’의 책임을 물어야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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