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무지 Apr 05. 2024

 브런치 글 100개 작성했습니다.


저는 조선시대 때 과거 시험에 낙제하듯, 번번이 브런치 작가 도전에 실패했습니다.

5번의 지원 끝에 이룬 결실은 그 무엇보다 반짝였습니다.

출간 작가가 된 것이 아님에도, 마치 출간이라도 한 것처럼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작가가 된 사실을 밝혔습니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 다수가 브런치가 뭔지 몰랐습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설명해주어야 했지만, 제게는 설명하는 과정이 행복했습니다.

설명 끝에는 늘 동일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거 하면 진짜 작가가 될 수 있는 거냐'

'조회수랑 구독자 수는 금전적인 이득이 있는 거냐'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분명 가능성은 있으나 미지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조회수랑 구독자 수가 많으면 결국 내 글이 잘 팔리는 글이고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유한 것이라 생각했으니 금전적 이득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작년 12월 21일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회수가 많든 적든, 누군가 읽든 읽지 않든 작가로서의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오늘은 첫 글을 작성한 날로부터 106일이 되었고, 100개의 글을 썼으니 거의 매일 하나씩 썼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글은 쓰면 쓸수록 글감이 늘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통해 일기를 쓰면서 매일 매 순간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지나가는 돌멩이 하나에서도 글감을 찾을 수 있고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면서도 글이 쓰입니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존재가 이제는 제 머릿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것입니다.


<너를 통해 나를 보다>를 통해 아지를 더 자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옆에 있으면 있나 보다라고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아지의 눈빛과 꼬리의 움직임 그리고 행동들을 더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강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벌써 브런치북 한 권을 완성하고

앞으로 함께할 날들 속에서 아지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는 것은 참된 기쁨입니다.


<눈 떠보니 서른살이 되었습니다>를 통해 과거를 더듬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20대 때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스무살은 참 휘황 찬란했는지 혹은 첫 성인을 맞이하여 처음 한 일들이 많아 기억이 강렬하게 묻어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글감이 무수히도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스물한살 때부터는 이게 스물한살이었는지, 스물두살이었는지, 스물세살이었는지 가물가물한 것이죠.

지금처럼 이렇게 기록하는 나였다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타임라인을 잘 살펴가며 글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막 시작한 브런치북 <뒤늦은 유튜브 도전기>는 유튜브에 관한 기록을 할 예정입니다.

유튜브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무엇이 됐든 기록으로 남겨둔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튜브에 '도무지' 치시면 나오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구독해주시면 참으로 기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작성하는 브런치북 <차가운 과일만 먹습니다>는 제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남에게 섞이지 않고 단단한 나의 생각을 세워줄 책.

처음에는 내가 얼마나 예민한지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적어볼 작정이었습니다만,

예민한 것은 오감뿐 아니라 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내가 타인과 다르게 떠올린 감정과 사색들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저는 작년에 500개가 넘는 글을 작성했습니다. (브런치 제외)

서평을 포함하여 블로그에 적은 글만 350개가 넘었을 겁니다.

다른 카페나 일기장 그리고 곳곳에 작성한 글까지 포함하면 500개는 족히 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때는 이리도 많은 글을 쓰고 나니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는 게 확-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브런치에 100개의 글을 작성한 지금, 글 쓰는 능력이 향상 되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에세이는 쓰면 쓸수록 어렵습니다.

나의 머리로만 기획되어 나오는 글이다 보니 깊이가 고스란히 보입니다.

밑바닥에서 어찌어찌 기어가는 저를 볼 때면 '굳이 이렇게까지 글을 써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써야 글이 나온다'라고 생각하기에 글쓰기를 더디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글이란 것이 실력과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끌어낸 교훈보다는 내 진솔한 감정과 찐한 마음이 들어갈 때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동요한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구독자와 라이킷을 누른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제 글을 늘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라이킷을 매번 눌러주시는 분들 다 알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프로필을 보면 브런치 작가로 보이는 분이 계십니다.

들어가 맞구독을 맺고 싶어 손가락이 클릭 직전까지 이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는 몰라도, 브런치만큼은 저의 글만큼은 제 글쓰기만으로 결과를 내어보고 싶습니다.

혹여나 맞구독을 원하셔서 구독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도 함께 올려드립니다.


제가 평소에 작성하는 글을 보면 길이가 그리 짧지만은 않습니다.

글을 읽는데 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뇌에서 글자를 받아들이며 나름의 피로가 쌓일 것입니다.

그런 수고를 거쳐가면서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 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전 12화 세척 사과 시킨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