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무지 Apr 12. 2024

가치

사람마다 어떤 것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

어떤 것이라 함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내 목숨과 바꿀 만큼 소중하다 여겨지는 게, 

남에게는 없어도 상관없고 가치가 제로인 것도 있기 마련이니까.


어느 날엔 금처럼 귀했던 사람이 

파리 목숨처럼 죽어도 상관없는 남이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애초에 현재 내 가치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함께 있다가도 한순간에 없어지는 게 아무렇지 않은 사람일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일까?

관계를 쉽게 단절해도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일까?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사람일까?


내 가치는 내가 정한다고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내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 전부이길 바라지 않더라도, 일생의 한 부분을 내어줄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면 내가 떼어준 일부는 가져간 채로, 나는 그 빈 곳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낄 때 

이 감정은 도대체 어떻게 다시 채워야 하는 것인가 생각한다.


다시 채웠을 때, 또 누군가에게 떼어줄 일부라면 

그리고 떼어준 일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서 채워짐을 받아야 한다면 

나는 이제 다시 그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마치 삶 속에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순환체계 마냥 반복하는 일도 이제는 지겹다.


고작 떼어낸 일부 때문에 내 가치가 이쯤 있냐느니, 지금은 저쯤 가있지 않겠냐느니 

혼자 상상 속에서 표준을 정해두고 점검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겠지.

하지만 오는 사람에게 다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는 것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웃으며 다가가 관계를 쌓으면 무엇할까.

결국 상처로 마무리되는 게 인간관계인 것을.


누구를 만나고 애써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소모된 감정 때문에 지쳐 떨어지는 게 인간관계인 것을.


나는 그저 강아지에게 사랑받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의 가치는 강아지에게 매겨지는 걸로 충분하다.

이 아이는 떼어준 일부를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니.

이 아이는 변하지 않으니.

나는 너에게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련다.

이전 14화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