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엔 양면성이 존재한다.
나는 자기의 색을 뚜렷이 나타내는 꽃보다 온통 푸른 녹색으로 물든 풀을 좋아한다.
청량한 자연을 멀리서 볼 때면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듯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애벌레에게 잡아 먹혀 구멍이 송송난 잎사귀부터 수분이나 빛이 부족해 노랗게 물들어버린 잎까지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의 꽃도 멀리서 보면 강력하게 자신의 색을 피력하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미처 다 피우지 못한 꽃부터 쏘일까 두려운 벌까지 만날 수 있다.
강아지는 애교도 많고 사랑스럽지만, 독립적이지 못하고 매일 산책시켜줘야 한다는 치명적인 점이 있고
고양이는 혼자서 체력을 소진할 수 있다지만, 강아지만큼 사랑을 준다고 느껴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슬리퍼는 신고 벗기 편하지만, 다리의 힘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해 알타리 무를 갖게 될 수 있다는 무서운 단점이 있고
구두는 다리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주지만, 뒤꿈치가 까진다거나 다리에 무리가 가는 등의 감수해야 할 점이 있다.
키가 크면 옷테가 잘 받지만, 옷을 살 때 기장이 맞지 않거나 체구가 커 보이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키가 작으면 귀여움을 사기 쉽지만, 한때는 무시당하는 느낌에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경차는 저렴하지만, 그만큼 다른 차량들에 비해 속도가 잘 붙지 않아 답답하다는 말을 듣고
값비싼 외제차는 멋져 보이지만,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카푸어라는 손가락질을 무시할 수 없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를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다.
만약 당신이 처한 상황이나 물품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음을.
내가 취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게 있다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걸 취했을 때 겪게 될 또 다른 아쉬움을.
완벽한 사람, 완벽한 상황, 완벽한 상품은 없다.
물론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지금 당장 그 상황이 아니라고 비교하며 나를 무너뜨리지 말자는 말이다.
당신의 현재의 삶 속에도 분명 누리고 있는 게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