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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y 11. 2024

말의 무게

"너 외향형이지?"

어느 곳을 가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내게 틀림없다는 듯 묻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행동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언행도 동반되어야 한다.

하다못해 "안녕하세요!"를 하려고 해도 '말'이란 걸 해야 하니까.


나는 말이 많다.

어쩌면 입을 꾹 닫고 있는 게 더 어려워 먼저 다가가는지도 모르겠다.

별 수 없이 "식사하고 오셨어요?", "어디서 오신 거예요?" 이런 영양가 없는 질문들이라도 늘어놓아야 내 마음이 편했으니까.


이런 내게 누군가는 먼저 관심 가져주어서 좋았다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본인은 말주변이 없는데 나서서 말을 해주니 편했다고 하기도 하고,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기도 했다.


나 또한 좋아서 한 일을 가지고 칭찬을 들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그런데 요즘은 말 많은 내가 입에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 듯 열지 않는다.

말이 많으면 탈도 많다고 했던가?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내가 어떠한 실수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대충 무슨 말인지 알 듯하다.


이전에는 뱉으면 뱉는 대로 말하고, 쓰면 쓰는 대로 글을 썼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들에 대해 멀찍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말도 글도 좀처럼 쓰이지 않는 거다.

내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읽고 듣는 사람들의 생각도 좌우될 테고, 어쩌면 굳게 지녔던 가치관마저 바뀌게 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할 말이 과연 현명할까?

이를 뱉음으로써 도출하는 결과는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이 말의 끝에 후회가 남지는 않을까?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말은 아닐까?

등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최근 브런치도 창을 켜놓고 수시로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생각이 행동을 가로막아서는 안 되겠지만, 추후 영향력이 커지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언행은 분명 고심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기에 앞으로도 생각이 깊어질 듯하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돌이 되어 죄 없는 개구리를 죽일 수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으니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더 이상 어리석어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독자가 보기에도 멍청하다면, 누가 내 책을 읽을까 싶어서.


입조심,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았어도, 능통하게 말하지 못하니 입을 다물자는 생각은 난생처음 해본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을 거르고 말을 아끼다 보면,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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