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무지 May 11. 2024

말의 무게

"너 외향형이지?"

어느 곳을 가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내게 틀림없다는 듯 묻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행동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언행도 동반되어야 한다.

하다못해 "안녕하세요!"를 하려고 해도 '말'이란 걸 해야 하니까.


나는 말이 많다.

어쩌면 입을 꾹 닫고 있는 게 더 어려워 먼저 다가가는지도 모르겠다.

별 수 없이 "식사하고 오셨어요?", "어디서 오신 거예요?" 이런 영양가 없는 질문들이라도 늘어놓아야 내 마음이 편했으니까.


이런 내게 누군가는 먼저 관심 가져주어서 좋았다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본인은 말주변이 없는데 나서서 말을 해주니 편했다고 하기도 하고,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기도 했다.


나 또한 좋아서 한 일을 가지고 칭찬을 들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그런데 요즘은 말 많은 내가 입에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 듯 열지 않는다.

말이 많으면 탈도 많다고 했던가?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내가 어떠한 실수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대충 무슨 말인지 알 듯하다.


이전에는 뱉으면 뱉는 대로 말하고, 쓰면 쓰는 대로 글을 썼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들에 대해 멀찍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말도 글도 좀처럼 쓰이지 않는 거다.

내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읽고 듣는 사람들의 생각도 좌우될 테고, 어쩌면 굳게 지녔던 가치관마저 바뀌게 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할 말이 과연 현명할까?

이를 뱉음으로써 도출하는 결과는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이 말의 끝에 후회가 남지는 않을까?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말은 아닐까?

등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최근 브런치도 창을 켜놓고 수시로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생각이 행동을 가로막아서는 안 되겠지만, 추후 영향력이 커지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언행은 분명 고심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기에 앞으로도 생각이 깊어질 듯하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돌이 되어 죄 없는 개구리를 죽일 수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으니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더 이상 어리석어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독자가 보기에도 멍청하다면, 누가 내 책을 읽을까 싶어서.


입조심,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았어도, 능통하게 말하지 못하니 입을 다물자는 생각은 난생처음 해본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을 거르고 말을 아끼다 보면,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이전 16화 양면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