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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Apr 11. 2024

시간

시간은 매일 똑같이 흐른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시간을 두고 다르게 체감한다.


군인은 군대에서의 2년이 세상 누구보다 더디게 흐르고,

고3은 수능을 준비하는 1년이 빠르게 흘러간다.


남의 아이는 어떻게 커가는지도 모르게 볼때마다 훌쩍 커있는 거 같고,

내 아이는 울고 보채며 하루하루 잠드는 게 힘들다.


출근하면 퇴근할 시간이 저 멀리 가있는 듯하고,

퇴근하면 벌써 잠들 시간이 되어 눈 감는 게 아쉽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짧고 

고통을 느끼는 시간은 길다.



내가 회사 입사한지 일년이 되었을 때는 삼년은 다닌 거 같은데 아직도 일년 밖에 안됐냐며 툴툴거렸다.

빨리 시간이 흘러 경력을 채우고 싶다고 

어차피 출근과 퇴근이 반복되는 삶 속에 특별한 게 무어가 있냐며 

시간이나 빨리 가라 주문을 외웠다.


그런데 어느덧 내가 퇴사한지 일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일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오던 방식과 180도 달라졌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다.


내게 이번 일년은 내 속도 모르고 참 빨리 흘렀다.

내가 자리를 잡기까지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간이, 

들이마시는 숨에 1분, 내쉬는 숨에 1분이 흐른 느낌이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과연 나는 그 모습 중 어떤 것을 지켰을까.

가끔은 현실에 안주한다고,

가끔은 번아웃을 핑계로 쉬어간다고,

우두커니 서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게 개탄스럽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시간을 버려가며 얻은 배움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늘 왜 현명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한탄스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빨리 흐르는 시간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더해져 결국 모두 같은 시간을 가고 있는 거라고.

우리는 각자만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내 시간이 지금 빨리 흐른다고 해서, 천천히 흐른다고 해서 요동치는 감정에 나를 내던지지 말아야겠다고.

더욱이 내가 직접 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면, 최대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정상적인 속도로 흐르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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