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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28. 2024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말

응원 그리고 비판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1년 훌쩍 넘은 지금, 가장 길게 포스팅을 안 올린 기간은 2주라고 할 정도로 열렬하게 활동했다.

물론 이런 내게 '네이버 인플루언서'라는 보답을 잘 주어지지 않지만,

인플루언서가 목적이면서도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행복인 내게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할 듯하다.


나는 블로그에 서평을 주로 올린다.

그리고 내 닉네임 도무지는 '도전은 무조건 지금'이라는 뜻으로,

닉네임대로 살아가기 위해 블로그에 내가 도전하는 것들과 다짐하는 것들 그리고 변화된 것들을 작성하고 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다짐,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 실천해야겠다고 선언하는 것들을 읽은 구독자분들은 짧게 혹은 길게 응원의 말을 남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단순한 응원을 남기더라도, 내게 그들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반면 내게 응원이 아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내게는 가슴속 깊이 박힌다.

응원이 100이라면 비판은 1일 정도로 굉장히 적은 양이다.

그렇기에 그 뾰족한 한 마디가 더 신경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상처도 쉽게 나고 쉽게 회복하는 성향을 지녔다.

종이에 베이는 상처.

안 봤을 때는 몰랐지만 보고 나면 괜한 고통을 느끼는, 그리고 계속 신경 쓰이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고 어느새 나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상처.


말이라는 종이에 잘도 베이지만 

'아!' 탄성 한 마디, 몇 번의 시선 끝에 

우습게도 언제 들었냐는 듯 잊어버린 상처.



한때는 가만히 있는 내게 바늘로 찌르고 가는 게 풍선이 펑- 하고 터지듯 크게 작용한 적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 바늘이 어떤 바늘이냐에 따라 터질 때도 있지만.

아무튼 남의 말에 기어코 주의를 기울이는 내가 참 싫었다.


'왜 이렇게 작은 거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야?'

'나도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남들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 진정해!'


스스로를 타이르고 위로하며 오구오구를 외치던 그날들.

그런데 이게 장점이 되기도 했던 것이었다.

작은 응원에도 크게 힘을 받으니까.

순간적으로 부스터처럼 작용했던 그 작은 응원이 이내 꺼져버리긴 하지만,

그렇다는 건 비판 또한 부글부글 끓는 냄비 같은 내 속을 금세 잔잔한 호수처럼 만들어준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제 이런 나를 즐기기로 했다.

속상한 말을 들으면 '오케이,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 이거지? 두고 봐.' 하며 

'내가 추후 멋진 본새를 보여주리라!'

'반드시 복수하리라. 딱 기다려라'

칼을 가는 동안 끓는 냄비로 끝나지 않고 라면이라도 끓이긴 하니까.


응원의 말 역시나 '꼭 보답할 거야!'

'나에게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은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해 둬야지'

'이 사람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이 말 하나로 버틴다!'

스포츠카를 몰듯 차의 시동을 웅웅 걸며 대차게 달릴 준비를 마친다.



말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죽이는 말은 속으로 삼켜내고 게워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렇게 남을 통해 오늘도 나는 나를 훈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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