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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26. 2024

평균 올려치기 문화

당신은 몇 점이십니까?

나는 문토라는 플랫폼에서 <비판적 사고로 프레임 뿌시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나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세상에서 이 모임에서 만큼은 내 생각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닌 고정관념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프레임이 깨지기도 하지만, 

내가 지닌 생각이 오히려 더 굳건해지기도 하는 시간이다.


저번 일요일날이 2번째로 진행되었다.

주제는 늘 3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하나가 평균 올려치기였다.



6명이 모여 해당 주제로 1시간 30분을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하는 평균은 무엇인지, 나는 평균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 말이다.


누군가는 1인분만 하면 평균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고 

누군가는 '인생 주기'에 맞춰 삶을 살아간다면 평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누군가는 내 주변을 보고 평균을 따진다고 했고 

누군가는 남들이 해본 경험들, 남들이 가진 것들을 보고 나의 평균을 측정한다고 했다.

누군가는 평범하다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며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열띤 분위기에 나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는데, 내가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 이어서이기도 했으나 

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나도 동의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도 했다.


1시간 30분의 내용을 이곳에서 전부 풀 수는 없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입에 모터가 달린 듯 빠른 속도로 이야기했기에 이 문화가 얼마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체감되었다.


이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면은 단 한 가지였다.

내가 이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고 한다는 점.

그래서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에 이런 모임에 나와 나름의 자기계발을 하려고 한다는 것.

그것 이외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면은 무엇이 있었을까?

가난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난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부족한 사람보다 풍족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간절함'을 느낄 새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노스페이스를 사는 게 등골브레이커였다면 지금은 초등학생도 명품을 찾는 시대가 되었다고.

반에서 한 두 명만 해외여행을 가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한 두 명만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그러니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할 테다.

풍요 속 빈곤을 논하는 것일 테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돈'에 대한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다른 것에 의미부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까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돈이 삶에서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많다.

나 또한 내 삶을 위해 돈이 아닌 퇴사를 선택했으니까.


이러저러한 대화 끝에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행복을 위해 살자.

평균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행복하면 된 거다.

좋은 학교를 못 나와도 행복하면 성공한 거고,

돈을 많이 못 벌어도 행복하면 성공한 거고,

남이 무시하는 직업일지라도 내가 행복하면 성공한 것이다.




최근에 손웅정(손흥민 아버지)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을 읽었다. 

책 내내 그가 축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손흥민이 어떻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손웅정이 프로 선수를 그만두게 된 건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이었는데

그에게 축구는 행복인데, 다쳐서 축구를 못하게 된다는 것은 행복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아들 손흥민이 경기를 나설 때마다 승패를 위하지 말고 행복을 위해 하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몸 관리를 잘해서 1년, 2년 더 오래 있을 생각을 하라고.

나중에 은퇴하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책 말미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길을 가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생각한다. 

저들의 움직임은 무엇을 위한 움직임일까. 

돈일까 행복일까 욕망일까 건강일까 즐거움일까?'


손웅정은 돈이 아닌 축구라는 행복을 좇아 살았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 또한 행복을 좇아 살도록 키웠다.


당신의 움직임은 무엇을 위한 움직임인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아직도 당신이 몇 점인지, 당신이 평균에 위치한 지 궁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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