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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12. 2024

당신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이력서

취준생 시절, 이력서에 자신의 장단점을 작성하라는 란이 있었습니다.

내 장점과 단점이 무엇일까?

단점은 줄줄이 읊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장점은 왠지 나만의 착각일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혼자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지만 말고 친구들에게 물어보자는 결론이 섰습니다.


“자두야! 내 장점이 뭐야? “

“너는 친구들 말에 귀 기울여서 들어주고 고민 상담도 잘해줘! 그리고 ~”


이렇게 여러 명에게 저에 대해 물어보면서 우연히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에 대해 알게 되었죠.

그래서 이참에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도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들 덕분에 저는 이력서에 화려한 장점과 허용 가능한 범위의 단점을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건 남의 눈으로 판단한 ‘나‘이지 제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력서를 통해 나의 장점과 단점을 가장 깊이 통찰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는데,

저는 타인의 눈이 객관적이니까 명확한 것이겠거니 하고 그들에게 저에 대한 소개를 넘겨준 것입니다.


맞아요.

말 그대로 그들은 보이는 것에 한해서만 저를 알 뿐,

저를 감히 짐작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는 것인데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할 내가 한마디도 뻥끗하지 않았다는 게 참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저에 대해 생각할 선택권을 남에게 준 탓에

저는 이제와 제 장단점을 따져보게 된 것이죠.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자니 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한국 사회에서 100점 만점 중 몇 점일까?

상위, 중위, 하위 중 어느 정도일까?

일단 키는 크니까 상위일 거고,

몸무게는 좀 나가니까 중하위일 거 같은데

얼굴은 중위는 하려나?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졌죠.

남이 평가하는 내가 무엇이 중요하지?

지금 내가 나 자신을 몇 점으로 보고 있느냐가 중요한 건데 말이야.

남이 나를 50점이라고 평가해도, 내가 나를 90점으로 본다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타인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본인의 삶에 만족하거나 본인의 삶 속에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겠죠.


이런 사람은 타인이 나를 50점이라고 말해도 코웃음도 치지 않고, 흘려듣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 너도 너만의 기준이 있을 테니. 네 기준에서는 50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네가 보는 50점인 내 삶에 만족해. 너는 너 자신을 몇 점으로 보니?’


상대방은 방어기제를 펼치며 ‘너보다는 높아~’ 

이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진짜 행복을 거머쥐고 있는 사람은 ‘내 삶에 만족한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겠죠.


혹은 실제로 상대방이 보기에 별 거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중에 무얼 갖고 있느냐’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은 정말 만족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의 점수를 타인이 아닌 내가 직접 매겨야 하지 않을까요?

타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수를 채우려고 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자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죠.

그럼 본인이 느낀 부족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게 그다지 지치고 힘들지만은 않을 겁니다.

메워지는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고

더 채울 공간을 찾아 발 벗고 나설지도 모르겠어요.


학창 시절 시험 점수가 그렇습니다.

60점을 맞다가 80점을 맞았을 때,

부족한 20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친구가 100점을 맞아서 비교의식에 생기는 의지가 아닌 내게서 상승된 점수를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글은 사실 저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길 바라서요.

응원이든 비난이든 신경 끄고 묵묵히 하길 바라서요.


위와 같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기계발서에나 볼 법한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나와의 다짐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응원이자,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이렇게 각인을 시켜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비교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저와 같은 마인드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댓글로 한 마디씩 다짐하고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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