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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07. 2024

그 선 넘지 말아 주세요.

line

Yellow CARD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매너는 여기까지 it's ma ma ma mine

Please keep the la la la line

Hello stuP I D

그 선 넘으면 정색이야 beep

Stop it 거리 유지해 

cause we don't know know know know

Comma we don't owe owe owe owe (anything)

- 아이유 _ 삐삐



저는 인간관계가 칼 같은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제가 원하는 잣대를 들이밀며 선긋기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첫 만남에는 어떠한 감정도 주지 않고 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이 따라오더라도, 저와 티키타카가 잘 되거나 결이 맞아야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조금씩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는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듯 두어 번 만에 제 마음속으로 들입니다.

물론 이 또한 상대가 제 문을 두드렸기 때문에 여는 것이지, 저 혼자 북 치고 장구를 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에게 차갑게 냉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부터 잘 웃고 리액션이 타고나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곤 합니다.


이때 제가 마음을 열고 싶은 사람만 가까이 둡니다.

‘사람을 골라서 사귀시네요?’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본인이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 짓지 않나요?

그리고 잘 웃고 상대의 이야기에 반응을 하는 것은 매너이자 사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의 긍정적인 태도에도 문을 열어달라 요청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요,

상대 또한 받아들일 마음과 그에 상응하는 준비가 되지 않을 경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본인이 마음에 들어서 잘해주는 거라고 착각하고 친해지기도 전에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아마 제가 착하다고 오해를 한 모양인데, 제가 정말 착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악용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제 문에 고리조차 잡지 못하게 싹을 잘라버리곤 하죠.


문제는 마음을 열어 들어오게 했을 때입니다.

저는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제가 정한 선을 넘으면 칼같이 손절을 해버립니다.


이런 저를 보고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쌓인 시간과 정이 있는데 그런 건 다 상관없어?”

“너한테 진짜 실수하면 안되겠다. “

“너 왜 이렇게 칼같이 잘라?”


저도 이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참고 넘어가다 보면,

결국 기분이 상하는 쪽은 늘 저인 걸 발견했었죠.


‘상대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이런 인연을 이어가야 하는 거지?’

‘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면 나한테 이런 말을 내뱉는 거지?’


내가 쟤보다 더 소중한 사람인데,

이런 취급을 받고 굳이 견뎌야 하는 게 싫었습니다.


걱정하는 척하면서 던지는 상처 주는 조언,

솔직함을 가장한 위선,

알려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굳이 건네는 나쁜 말.


혼자서 끙 앓지 말고 말하지 그랬냐고 하기도 합니다.

말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달라져봤자 반짝이고 이미 그 사람에게 저는 ‘그래도 되는 사람’인걸요.

이제는 ‘굳이?’라는 생각으로 잘라내는 것이 속 편합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

저는 상시 제 마음속 사람들에게 새겨놓습니다.

나에게 소중하다면 소중하게 대해주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그런데 상대가 나를 보는 눈이 소중함이 아닌 익숙함이 되어버린 순간, 생각 없이 나를 대하는 게 느껴지는 순간, 저는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환영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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