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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05. 2024

대단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단함

사람은 각자 타고난 재능이 다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노력해서 얻은 능력을 누군가는 노력해도 얻을 수 없죠.

내가 운 좋게 가진 것을 타인은 당연하게 없을 수 있고,

타인이 우연히 가진 것을 나는 어떻게 해도 손아귀에 쥘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또한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더 가질 수도 있고

나의 무언가가 자랑스러워도 누군가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죠.



저는 어릴 때부터 피부가 좋았습니다.

타고난 피부를 지녔던 것이었죠.

청소년 여드름으로 모두들 고생하던 시절, 저는 여드름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생기더라도 한두 개 정도가 전부였고 금방 사라졌죠.


그런데 성인이 되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하면서 피부가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피부에 큰 화농성 여드름이 대여섯 개씩 뒤덮여 있었죠.

여드름으로 뒤덮인 저는 친구들을 만나 하소연했습니다.

"내 피부 엄청 안 좋지ㅜㅜ 차라리 좁쌀 여드름이라면 좋겠다. 이건 커서 다 보이니까 스트레스받아."


그때 제 얘기를 들은 친구는 저의 말을 듣더니 신경질을 내며 화를 냈습니다.

"야! 니가 피부가 뭐가 안 좋냐?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이거 가지고 피부 안 좋다고 하는 거 아니야! 네가 진짜 피부 때문에 고생을 안 해봐서 그렇지."

제 입장에서는 평생 없다가 생기니 대처 방법도 모르겠고

한창 예쁘게 꾸미고 다녀야 할 스무살에 나니 스트레스받는 거였는데 친구의 반응이 황당했습니다.

'너네는 피부 좋잖아'하면서 누군가와 비교를 한 것도 아니었고

어느 부분에서 친구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죠.


그런데 친구는 어릴 때부터 피부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관리하는 방법을 몰라 손톱으로 꾹- 눌러서 터트리는 바람에, 손톱자국도 남고 모공은 더 커지게 된 것이죠.

화장으로 가리기도 힘들고 생얼로 어디론가 자신 있게 나가는 것은 친구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기름 때문에 독하다는 피부약을 복용하며 어떻게든 피부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벗어나고 싶어 했죠.

그런데 때마침 여드름도 별로 없고 모공도 작은 제가 피부가 어쩌고 여드름이 저쩌고 하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친구의 예민한 부분을 건든 것이죠.


누군가는 제게 피부가 좋아서 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묻습니다.

저는 평소 스킨, 로션도 안 바르고 선크림은 화장할 때를 제외하고 바르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말로만 그렇게 하는 줄 알고, 좋은 피부를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성인이 되어 여드름이 나는 저를 보면 알겠지만, 저는 완전히 타고난 피부는 아닙니다.

지금도 여드름 때문에 고통받고 있거든요.

그들이 제게 좋다고 하는 피부는 잠깐 올라오는 여드름이 아닌 모공의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여드름이 나지 않도록,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본인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아 노력하는 그 모습이 타고난 제 피부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다지만, 저는 그렇게 살기를 추구했어요.

그래서 브런치 작가도 4번이나 떨어졌는데 5수째에 붙어 주야장천 매일 글을 쓰는 게 아니겠어요?


이런 저를 보고 주변에서는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명확한 주관을 가지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개척하며 사는 삶 말이에요.

7년 다닌 회사를 내팽개치고 도전을 꿈꾸는 저를 보고 말이에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저의 모습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들이 대단합니다.

정년이 올 때까지 우직하니 본인의 자리를 지키는 것.

저는 평생 한 곳, 한 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사는 게 힘들 거든요.

'꾸준히'라는 단어는 제 마음이 완전히 동요될 때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10년, 20년 동일한 업종에서 전문성을 쌓아간다는 게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정녕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와~ 서울대 다녀? 너 정말 대단하다!!" - 서울대에 입학한 사람

그런데 이 사람의 부모님이 두 분 다 의사라면요?

학업을 위한 금전적 지원도 풍족했고,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두뇌가 좋았던 걸 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그 사람의 노력을 폄하할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을 테고, 부모님의 기대에 따른 부담감도 엄청났을 텐데 말이죠.


"1년에 책을 300권이나 읽었다고? 진짜 대단하다!!" -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책을 읽는 게 왜 대단한 행위인가요?

독서는 취미 활동 중 하나일 뿐인데 말이죠.

그렇다고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다독한 사람보다 게임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은 사람은 생각의 전환이 있었을 테고, 문학을 읽었다면 공감 능력도 상승했을 텐데 말이죠.


"초밥을 300 접시 먹는다고? 엄청 대단하다!!" - 유튜브 먹방으로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사람

남들보다 훨씬 많이 먹은 게 전부 아닌가요?

먹는 건 의식주 중 하나이고 위의 소화가 타고나게 빠른 것뿐인데 말이죠.

그렇다고 1000만 명의 사람들이 바보라서 영상을 보고 있는 건가요?

본인의 욕구를 해소해주기 때문에 보는 것이죠.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영상을 통해 대신 포만감을 느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소식하는 사람이라 대식가의 모습이 재밌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혼자 집에서 적적하게 밥 먹는 게 싫어 같이 겸상을 하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전부 다를 것입니다.

보통은 내가 갖지 못한 것 중 가지고 싶은 걸 남이 가졌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것들을 더 대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계속 부러워할 거예요.

그래야 제가 계속 발전할 거 같아서요.

어쩌면 열등감에 찌들어 있거나 무기력하게 나 자신을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닌, '부러운 마음'을 무기 삼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제게 타고난 성향인 거 같아 감사하네요.


여러분도 누군가 부러운 마음이 든다면, 시기와 질투가 아닌 응원의 박수를 보내보는 것은 어떤가요?

그리고 나도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며 다짐을 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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