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로롱-
'아지 광견병 주사 맞으러 와야 해요~' - 00 동물병원
아지가 광견병 주사를 맞을 시즌이 되었다.
주사를 꽁- 하고 맞으면 깨갱 소리를 반드시 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지를 데리고 집에서 발걸음을 떼었다.
아지는 산책을 가는 줄 알고 춤을 추며 집을 나섰지만,
내가 가는 길이 곧 병원에 닿는다는 걸 눈치챈 후로는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뒤돌아 온몸에 힘을 주고는 절대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사를 내비친 아지였다.
"아지야 미안해. 근데 너 오늘 병원에서 주사 꽁! 하는 날이야."
아지는 병원과 주사라는 두 단어를 듣고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나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아지를 두 팔로 안고 병원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오셨어요?"
"아니요."
"강아지 이름이 어떻게 돼요?"
"쩡아찌요!"
"정아찌요?"
"아니요. 쩡아찌요!"
"없어요. 정아지인가요?"
"음..."
"보호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000이요."
"쩡아지네요. 들어가세요!"
자기 강아지 이름도 제대로 못 말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는 수 없다.
내가 이름을 잘못 지은 탓이거나 이름을 똑바로 안 부른 탓이겠지.
혹시 <내 동생>이라는 노래를 아는가?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우리 아지가 그렇다.
평소에는 '아지야~'라고 부르지만, 요즘에는 '야 강아지!'라고 많이 부르고
밖에서는 '아찌예요. 아찌!'라고 소개하니
어딘가에 아지 이름을 등록할 때, 가족이 다 다르게 작성하는 것이다.
쩡아찌, 쩡아지, 정아찌, 정아지, 강아지, 아지.
어휴-
이제부터 제대로 불러야지 싶으면서도
'야 못생긴 애!'이래도 쳐다보고 '아이고 예뻐라'라고 해도 자기인 줄 알면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아지 진짜 이름은 그래서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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