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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27. 2024

엄마 무릎이 아니면 안 돼!

"아지야, 제발 옆으로 좀 가면 안 될까?"

내가 아지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뱉는 말이다.


아지는 언제나 내 무릎을 사수하고 있다.

분명 바로 옆에 앉을자리가 있음에도,

나와 떨어지지 않을 공간이 있음에도,

나에게서 살갗이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내 다리를 본인의 몸 밑에 둬야 마음이 편안하다는 듯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나의 자취방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가 자취방에서 벗어나면 집안을 홀로 지켜야 하기에 

나를 집 안에 묶어두기 위해서 있는다거나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부모님 댁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계속되었다.

아지는 내 무릎 위에서 내려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리면 올라오고 내리면 올라오고.


그런 아지를 보고 엄마는 내게 한마디 던졌다.

"너가 애를 잘못 키웠다."

이어 나중에 애 키우게 되면 절대 오냐오냐 이렇게 키워서는 안 된다는 잔소리까지 더해가며.

그러고 보니 한마디가 아니네.


8키로그램이나 나가는 이 강아지가 뭐가 가볍다고 내 무릎 위에 두고 살았겠나.

사실 그렇게 살았다.

다리가 저릴 때까지 내 무릎 위에 두었다.

다리가 저리면 그제야 아지를 잠시 옆으로 두고는 다리를 풀고 다시 내 무릎 위로 옮겨 두었다.

아지도 이제 내 무릎 위가 익숙해진 걸 테다.

그런 아지의 모습을 엄마는 뾰족하게 바라본 것이었다.


이는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지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옆이 아닌 무릎 위에 있으려고 했다.

마치 그곳이 자기 자리라는 듯, 당연하게 차지한 무릎은 우리 가족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대신 아지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하루종일 잠만 자는 강아지가 사람의 무릎 위에 있으니 작은 움직임에도 곧잘 잠에서 깨는 것이다.

그러다 잠자는 것 자체를 포기하기도 하고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본인을 만지는 손이 멈추면 한 발로 나를 꾹 누르며 계속 만지라는 신호를 보내고 

지루할 때면 산책을 가자거나 간식을 달라는 표현을 한다.


낮잠을 아예 자지 않는 아지는 요즘 우리 가족 중 누구보다 가장 먼저 잠에 골아떨어진다.

침대에서 대자로 누워 어느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주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를 완벽하게 사수한다.

이곳은 천국이라는 듯 잠들어서는 다음날 해가 뜨고 

가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출근을 해도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지켜보는 중이다.

과연 네가 언제까지 잠을 포기하고 내 무릎 위를 차지할지.

밤에 기절한 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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