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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25. 2024

강아지에겐 잘못이 없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귀여움의 대상이었던 강아지가 이제는 어딜 가나 볼 수 있으니 소중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내가 듣고 겪은 사례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아이들을 마주치는 것이 꽤나 어려워졌다.

그래도 어김없이 유모차는 많이 보이는데, 그 유모차에 강아지가 타있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그래서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유모차에 강아지가 아닌 사람이 타있는 경우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한다.

"어머! 진짜 사람이 타있네?! 요즘에 지나가다 보면 죄다 개만 타있던데!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 몰라.. 쯧"


나도 어르신의 말씀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늘어나면서 애견동반이 가능한 장소들 또한 증가하게 되었는데 

애견동반인 곳을 가면 사람과 강아지의 수가 비등하게 있을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애완동물이 늘어나는 것이 동물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나쁜 감정을 전달받는 것이 왜 동물이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세상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훨씬 많은 동물들이 살아야 하는, 함께 공존해야 하는 지구라는 공간에 사람이 차지해 놓고 증가하는 동물에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나로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산책을 할 때 목줄로 인해 불편할 강아지를 위해 줄을 다소 길게 잡는 편이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절하고 내가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선에 한해서 조절한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나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심지어 가까이에 있지도 않았는데, 

한 마디씩 툭 던지고 가는 사람이 있다.

"줄 짧게 잡으세요!"

물론 그 사람이 불편을 겪었다면 내가 죄송하다고 말할 일이었을 테다.

또한 나도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모르는 강아지가 나를 물지는 않을까 혹은 갑자기 나를 향해 뛰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거리가 있고 주인이 강아지를 주시하고 있다면 굳이 조언 아닌 불평을 늘어놓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지를 데리고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아지에게 와서 막 만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한마디 제지가 없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일부러 '친구야, 이 강아지 무는 강아지인데 그렇게 막 만져도 돼?'라고 말한다.

그럼 부모는 놀라서 '무는 강아지인데 그냥 두면 어떻게요!'라는 말을 턱 끝까지 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만지지 말고 일로와! 문다잖아!'라고 화내며 데려간다.

어떤 아이들은 내가 저렇게 말해도 '안 무는데요?' 이러면서 만지기도 한다.


사람도 모르는 사람을 아무나 만지지 않는데, 왜 강아지는 당연하게 만져도 되는 존재가 되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가정교육을 생각하게 되는데,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강아지를 만지려고 하면 '강아지가 스트레스받을 수 있으니까 만지지 말고 멀리서만 봐!'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나는 오히려 '이 강아지는 안 물어서 괜찮아! 만져보고 싶어?'라고 물어본다.

'네!'라고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서 처음 보는 강아지에게 '강아지야 사랑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르는 강아지를 아무렇게나 만지면 스트레스받는다는 걸 배운 친구와 

배우지 못해서 본인 맘대로 만져서 물려놓고 울어버리는 친구는 누구를 탓해야 하는 걸까?

강아지에게 입마개를 하지 않은 주인?

모르는 사람 때문에 놀라서 물어버린 강아지?

만지면 안 되는지 몰라서 호기심에 만진 아이?



내가 하는 말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도 견주이고 사랑하는 강아지가 있으니 감싸고돈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요즘 길거리만 나가면 10마리쯤은 쉽게 마주치는 강아지들 탓에 길을 편하게 다닐 수 없어서 불편하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강아지 때문에 심장이 덜커덕 내려앉는다고 말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이렇게 반려동물을 곁에 두게 된 것은 사람이 만든 현상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상상하기가 어려운 세상, 평균이 높아진 세상,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세상, 결혼보다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가 목표가 된 세상, 외로움은 반려동물로 채우는 세상.


강아지는 신경 쓸 게 많고 사람처럼 외로움을 잘 타니 고양이를 많이 키우게 된 것도 결국 사람의 욕심 아닌가.

물론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좋고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니 어떤 동물이 됐든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면 끝까지 책임을 지자.

산책을 나갔다면 배변을 잘 처리하자.

위험한 행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동물이라면 사전 방어를 잘하자.

그래서 욕먹는 주인이 되지 말자.

나는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게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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