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장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성장통을 겪어 결국 175cm라는 큰 키를 갖더니,
내면과 지식도 끝없이 성장하길 요구하나 봅니다.
이 정도면 성장 중독자가 아닌가 싶긴 한데, 뭐 나쁜 건가요?
좋은 거라면 이런 건 걸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데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키만큼 내 성장이 빠르면 참 좋을 텐데...
도대체 왜 내면과 지식의 성장을 빠르지 않은 걸까?
특히 지식적인 측면은 더 그래요.
내면이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쳐도, 지식은 복리로 돌아온다면서요?
근데 나한테 만큼은 거짓인 거 같은 거죠.
도대체 왜 안 돌아오는데?
내 성장만 느리고 기어가는 달팽이같이 느껴집니다.
어쩔 때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오뚝이처럼 한 곳에서만 넘어졌다 섰다를 반복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뒤돌아보면 요만큼씩 가있는 나를 발견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뿌듯함이 밀려오기보단
휴- 제자리걸음은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싶어요.
제가 성장이 꼭 빨라야만 하는 거냐고 물었죠?
성장이 빨라서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반대로 성장이 느려서 좋은 점은요?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제 마음을 더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거 같아요.
조급해지는 마음, 불안한 마음, 힘든 마음 등이요.
가끔 가속도가 붙어 빨라질 때면 되려 침착해지는 법도 배웠어요.
야야, 이건 네 속도랑 안 맞아. 이러다 또 큰코다치지.
네 속도 달팽이 아니었어? 거북이인 척하지 마!
네, 제가 살며 치타였던 적은 없어요.
늘 몇 발자국씩 느렸으니까.
빨리 가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아시죠?
결국 누가 이겨요. 거북이죠.
빨리 가면 빨리 간대로 자꾸 누리려고 하고 쉬려 할 거예요.
난 다른 사람보다 빨리 왔으니까 지금은 좀 쉬어도 되는 거 아니야? 놀아도 되잖아?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거북이보다는 느슨해진 마음으로 살아가겠죠.
저는 그래서 늘 긴장하고 꾸준하며 묵묵한 거북이 할래요.
아, 나 달팽이인데 갑자기 레벨업을 시켰네. 달팽이부터 퀘스트 깨고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급하게 먹다 체하지 말고,
욕심 내려놓고 자기 그릇만큼 먹읍시다.
그럼 우리 다 먹는 동안 맛도 제대로 느끼고 즐기면서 이다음 식사를 기대할 수 있어요.
체하는 순간 그다음은 없습니다. 뱉어내기 바쁠 테니까.
오늘 하루도 자기 그릇 챙기느라 고생한 당신,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