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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15. 2024

두 번째 코로나

추억

아무래도 지금 걸린 감기는 단순 감기가 아닌 듯하다.

코로나 때의 증상과 똑같다.

딱 재작년 이맘때쯤 코로나에 걸렸었는데,

지금 또 걸린 것이다.


내가 지금 퇴사한지 일 년 만에 감기에 처음 들었다 쳐도, 30년 평생 살면서 감기에 걸린 적이 셀 수 없이 많은데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이번 감기.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건 둘째치고

목도 아프고 콧물도 계속 나는 것은 셋째 친다 하자.

그런데 음식에서 아무 맛도 안 나는 것에서 코로나임을 직감했다.

저번에 걸렸을 때도 음식 맛이 안 났는데,

이번에는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근데 저번 코로나 때처럼 계속 차고 단 것만 찾게 되는 게 ‘왜 이러지?’ 싶어 다른 음식을 먹어보니 갈수록 미각을 잃어가고 아예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


음식 맛을 느끼고 싶은데 처음 먹어보는 맛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고, 아는 맛은 자기 암시를 통해 억지로 맛을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까지 꼭 밥을 먹어야 하나 싶어도 어쩔 수 없다.

내 배는 꼬르륵 거리는 걸…

혀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내 배까지 슬프게 할 수는 없었다.


지난 코로나 때는 햄버거 같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었는데, 햄버거 식감이 너무 이상해서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식감이 불필요한 음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배를 채우는 용도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 그런데 맛이 안 나니까 배도 성이 안 차는지 계속 배고프다고 먹을 걸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건 배가 아니라 뇌가 요구하는 것일 테다.


내 미각은 언제쯤 돌아올까 ㅠㅠㅠㅠㅠ

먹기 위해 사는 사람한테 거참 너무한 거 아니요!!!


저번에 걸렸을 때는 후유증 때문에 피부병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열꽃처럼 미친 듯이 피어올랐었는데,

하루종일 잠에 들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이번에는 제발 그냥 감기로 멈춰주길 간절히 바란다.


-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도무지의 슬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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