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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14. 2024

죄송한데 제가 귀가 안 들려서요…

감기

감기로 아픈지 3일 차에 접어들었다.

어제는 시름시름 앓느라 하루종일 침대 위에 있었다.

그러니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종일 핸드폰만 했다.

핸드폰으로 브런치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하루라도 일기를 밀려 쓰기 싫었음에도, ‘아프다’라는 핑계로 어제 일기를 끝까지 미뤘다.


오늘 아침도 일어날 때 목소리도 안 나오고 말할 때마다 아프고 괴로웠다.

청결하지 못한 내가 싫어서 샤워를 강행했는데,

샤워하는 도중 몇 번이고 쓰러질 것 같기를 반복해서 쭈그려 앉아 숨죽여 씻었다.

그런데 샤워하고 나오니 오히려 몸이 산뜻하고 가뿐해진 것이 어제보다 낫다고 느껴졌다.


오늘은 어제처럼 누워만 있을 수는 없었다.

샤워 후에 산뜻해진 기분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였더니 오히려 더 몸에 기력이 생겼다.

침대에만 있었을 때는 자꾸 까무러치던 몸이 오늘은 정자세를 유지하며 꼿꼿이 버티고 있었다.

잠은 잘수록 는다고, 침대에 누울수록 더 눕게 되는 것이었을까?

어제 푹 쉬었기 때문에 이럴 수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엊그제 분명 엄마의 잔소리를 사전 차단했음에도

브런치 글을 보고는 띠띠띠- 전화를 걸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약은 먹었니? 비타민은 챙겨 먹었니? 밥도 꼭 먹어“

어제는 힘에 부쳐 알겠다는 말만 로봇처럼 반복했는데 오늘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몸이 어떻냐는 엄마의 질문에 힘들다며 찡얼거리면서도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는데,

가족은 멀리 있어도 가족인지

단체로 감기에 걸려서는 다 함께 골골대고 있었다.



승무원 초창기 때 감기에 걸렸는데,

난생처음으로 중이염을 앓았다.

손님이 내게 무언가를 부탁하는데 나는 귀가 들리지 않아 아무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손님 죄송하지만 제가 귀가 안 들려서요. 뒤에 승무원한테 말씀해 주시겠어요?”라고 말을 했는데

손님이 참 감사하게도 컴플레인이나 놀라는 기색 없이 뒤에 있는 승무원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나였으면 ‘귀 안 들리는 승무원이 어딨냐’며 어이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이 이후로 나는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링거를 맞으러 갔다.

링거를 맞으면 하루, 이틀 내로 나았기 때문이다.

혹여 낫지 않더라도 중이염에 걸려 귀가 안 들리는 비상사태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중이염과 감기를 요리조리 잘 피해 갔다.


하지만 승무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감기에 걸린 적이 처음이라, 굳이 링거를 맞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전적으로 내 몸의 회복력에 맡기기로 했고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 외에는 먹지 않아 아픔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런데 나의 귀가 이미 이전 중이염 경험으로 인해 약해져 있었고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중이염을 앓는 것이었다.

분명 코를 풀었는데 귀가 찢어지듯 아팠고 왼쪽 귀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물론 지상에서만 있으니 안들리거나 상태가 여기서 더 심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딱 두 번 겪은 중이염 이력 때문에 내 귀는 항복을 외친 것이었다.

하 야속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감기에 걸려 출근하고 고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나는 이부자리에 누울지 앉을지나 고민하는 처지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게 오늘도 나는 코를 훌쩍대며 미열이 있는 나를 이불로 끌어안으며 스스로를 위로한 채 잠을 청한다.

여러분도 굿밤 :)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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