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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써니 Sep 16. 2024

있는 그대로 괜찮은 호주의 자연 & 미식의 하루

와인, 사막 그리고 돌고래… 생각을 내려놓고 만난 진짜 자유


아... 지금이 몇시... 와, 새벽 5시야?

이 시간에 일어나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난다.


아마 작년 오스트리아에서 대학생활 하면서 나름의 미라클모닝을 해보겠다고 6시에 일어난 적은 있지만 5시 20분? 이건 정말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졸리고 멍 해서 아무 생각이 안난건지 아님 그냥 그동안에 삶에 너무 지쳐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 뭐 해야하지...' 생각하면서 한 30분 가량 아무 의미없는 릴스 돌려보던 나의 일상과 달리 빠르게 조식을 먹고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호주는 참고로 아메리카노는 롱 블랙, 에스프레소는 숏 블랙이라고 한다

참고로 둘째 날은 의도치 않은 미식의 하루였다.


호주 5성급 호텔에서 먹은 조식은 국내 5성급 호텔에 비하면 단촐할지라도 꽤나 맛있었다.

스크램블드 에그, 크로아상, 요거트, 각종햄과 치즈, 빵, 훈제 연어, 죽 정도가 있었고 옆에 있는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부탁하면 바로 바로 커피를 내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재밌는건 겨우 6주 실습한것일 뿐인데 그 와중에도 커피 머신 옆 원두머신을 보면서 '아 원두 저렇게 얼마 안남았으면 빨리 채워야하는데... 안 그럼 입자가 넘 얇게 갈려서 써지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1) 와인과 스테이크로 맞이한 첫 순간

솔직히 내가 방문한 식당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It's Wine O'clock이라는 식당에 간건지. 아님 다른 이름인건지.


아무쪼록 호주 와인이 유명하다보니 와인 시음과 함께 호주 스테이크를 맛볼 기회를 가졌다.

와인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보자면,


나는 사실 술을 아예 입에 안 대는 사람으로써 다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사실 술들이 그렇게 도수가 높지는 않았는데 술을 아예 안 마셔본 수준에서 마시니 한 모금 마시는 것도 꽤나강렬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술알못인 나에게도 각각의 맛이 다르고 바디감이 다르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있는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모금만으로도 이렇게 크게 향이 다르다는게 느껴지고, 묵직한 느낌인지 프루티한지가 느껴지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와인은 사진 맨 오른쪽에 있는 이상한 눈 모양이 있는 와인.

약간 카라멜 향과 커피 향이 올라오던데 이곳에서 직접 제조하는 시그니처 와인이라고 하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그래서 마지막 와인은 맛은 너무 있었는데 술 평생 안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빈 속에 술 4모금 이상 때려넣으니 힘들어서 나는 결국 다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하던 호주 스테이크!!!


솔직히 워낙 유명하다보니 기대가 많았는데 오늘은 참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기대하지 않았던 와인을 시음하는 과정에서는


'오 나 술알못인데 이런 향과 맛이 느껴져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꼈고


반대로 기대가 많았던 스테이크에서는 정말... 깜짝 놀라버렸다.


정말 어쩜 이렇게까지 질기고 육즙이라는게 하나도 안 느껴질 수가 있는지!!!


사실 이것도 집마다 다를 수 있다는데 내가 먹었던 집이 유난히 맛없었던 것 같다.

비유를 하자면 냉동 닭가슴살의 수분기를 다 빼버린다음에 힘줄을 넣어놓은 느낌이랄까?

정말 다른 의미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재밌는 경험같기도 하고.


새 소리가 들리고 언덕이 보이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며 햇볓이 내리쬐는 야외 식당에서 자유방목형으로 키워진 질긴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는게 어디 흔한 재미인가?!ㅋㅋㅋ



(2) 포트 스테판 사막 투어: 끝없이 펼쳐진 모래바람 속에서

사실 사막에 도착하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신났었다.


내가 생각했던것은 솔직히 '대 자연과의 조우!', '압도당한다 사막이여!!!!' 이런것이었는데 미국 서부와는 완전 다르게 사막마저도 아기자기하고, 뭔가 촉촉할 것 같은 덤불들이 있고 모래도 너무 곱고!


그냥 그 자체로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어쩌면 인생 처음으로 이 그대로 둬도 괜찮은게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솔직히 사막이 생각했던 것 처럼 크지도 않았고 이미 수 많은 관광객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좋았다.

자연스럽게 이 여행, 이 환경에 녹아들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게 정말 축복이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꼈던 날이다.


꼭 새로운 환경에 압도되는게 아니더라도

꼭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만이 들리는게 아니더라도.


꼭 생각했던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게 아니더라도

있는 그대로와 사랑에 빠지는게 여행의 즐거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있는 그대로를 즐겨보기로 했다.


이곳의 규칙에 맞게 나도 맨발로타는 모래 썰매 도전!!!

사실 워낙 겁쟁이인지라 당연히 못탈 줄 알았고, 올라가는 고도도 꽤나 높아서

운 좋게 타더라도 한 번 타고 더 못탈 줄 알았는데...!


그냥 즐기는 마음으로 도전하다보니 3번이 탔다~~~

그렇게 바다도 즐기고, 사막도 즐기면서 보냈던 행복한 하루였다.


국가로는 한 10개, 도시는 30개 이상 다녀봤을 나 이지만

이번 시드니 여행을 통해 '여행을 즐긴다는게 이런거구나.'하고 다시 한 번 느꼈던 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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