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서툴지만 나는 성장 중이에요
나는 소위 말하는 요즘 것들, MZ세대 혹은 Z세대, 잘파(Zalpha) 세대에 속하는 2001년생이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인턴십을 경험했는데, 첫 번째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재택근무, 두 번째는 호텔에서의 6주간 현장 실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인턴십.
이번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했던 어떤 인턴십보다 더 '인턴십다운' 형태이자 가장 일반적인 회사의 모습을 띤 첫 사회생활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많고, 낯선 상황도 많이 마주하고 있다.
불편한 사람만 없으면 되는 거 아니야?
처음 입사할 땐 '나는 요즘 것들이라고 하기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고, 사근사근한 성격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생각 자체가 기성세대에게는 ‘요즘 것들은 왜 저럴까?’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되고, 맡은 일만 제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회사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줘도 상사는 상사고, 일을 ‘알아서’ 잘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어쩌면 나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적인 요즘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3월이 끝나가는 김에 6주간의 공공기관 인턴십을 통해 배운 점들에 대해 공유하고 사회 속에서 타인과 함께 맞춰가며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이 글이 젊은 세대가 낯선 기성세대에게는 ‘이해’의 실마리가, 그리고 나처럼 사회생활이 처음인 이들에게는 ‘공감’과 ‘배움’의 기록이 되길 바라며, 내가 경험한 것들을 여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현재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사무 보조다. 간단한 메일 하나도 처음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세 번이나 검토했는데도 며칠 후에야 오탈자를 발견하거나, 잘못된 파일을 첨부해 마감 직전에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한 적도 있다.
나는 나름 복수전공도 하고, 100시간 넘는 봉사와 30개가 넘는 대외활동, 장학금도 놓치지 않던 ‘나름대로 꼼꼼한 학생’이었다. 그런 내가 이런 실수를 하자 당황스러움이 컸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일이더라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면 익숙하지 않고 실수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래서 시도해본 방법은, 내가 한 활동의 단계를 수기로 적고 검토할 때 한 단계씩 지우며 체크하는 것.
예를 들면 메일을 보낼 땐:
수신자 확인: 000 심사위원님 (내부)
제목 및 본문 내용 확인
파일 첨부: 에콰도르 000 관련 심사 파일
이렇게 구체적인 절차를 따라가며 체크한다. 이 방법을 이제 막 적용해보는 중이지만, 적어도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은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특히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ODA 전문 도서관이 있다. 나는 이 공간에서 쉬는 시간에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 집중해서 공부하다 보니 1시간 넘게 자리를 비웠고, ‘어차피 나 안 찾을 텐데 뭐 어때~’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뭐라 하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 또한 책임감의 문제였다.
직접적으로 지적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리를 지키고, 동료로서 신뢰를 쌓는 자세 역시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태도라는 걸 느꼈다.
업무 중 보고서, 기획서, 계획서를 접할 일이 많았다. 처음엔 단순히 내용만 확인했지만, 어느 날 다른 인턴 언니가 말했다.
“공공기관에서는 보고서 형식을 유심히 보는 게 진짜 도움돼요. 그게 나중에 엄청 큰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내가 꿈꾸는 AE라는 직무는 물론, 어떤 부서에 가더라도 보고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라는 걸 깨달았다. 요점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형식은 단정하게. 하지만 그 안에는 탄탄한 논리가 담겨야 한다.
요즘은 문서 하나를 볼 때도 그냥 넘기지 않고, 어떤 식으로 구조를 짰는지, 어떤 흐름으로 서술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며 배우고 있다.
호텔에서 일할 땐 나 빼고 모두가 한 번씩 울었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끝까지 웃으면서 수료했다. 그때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실수했더라도, 오늘 혼났더라도, 그건 오늘로 끝내는 거다. 바로 인정하고, 바로 사과하자.
민망한 일이 있어도, 내일은 다시 1등으로 출근해서 먼저 인사하는 것이 바로 '처세술'이다.
내가 이 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국내 유일의 개발협력 전문기관이고,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프랜차이즈에서 ‘스타벅스가 하면 다 따라간다’는 것처럼.
실제로 많은 NGO, CSO들이 코이카의 방향을 참고하고, 내부적으로도 국제기구의 기준을 따라가는 만큼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된 기준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막상 와보니, 이곳도 예산을 따내고 평가받는 현실이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이상과 현실을 함께 볼 수 있었고, 특히 실무진과 함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일의 방식과 철학을 가까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코이카는 내게 ‘꿈의 직장’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복지시설이나 시스템도 훌륭하다. 하지만 결국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일’이라는 걸 느꼈다.
카페, 도서관, 캠퍼스, 다양한 연수시설 등 화려한 외형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평가받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결국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야 힘들어도 버틸 수 있으니까.
서툴러도 괜찮아, 우리는 성장 중이니까
이 6주 동안 나는 누군가의 인턴이자, 동시에 또 하나의 동료로 지냈다. 부족한 점도 많았고, 실수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은 앞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는 아직 서툴다. 하지만 그 서툶 속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이 나와 같은 '요즘 것들'에게는 작은 힌트가, 기성세대에게는 작은 이해의 창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 사회라는 큰 바다에 첫 발을 내딛는 중이다. 흔들리더라도 괜찮다. 아직 서툴지만, 우리는 분명 성장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