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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공공기관 인턴의 생존 재테크, 소비단식 上

절약이야말로 최고의 재태크!

by 민써니

하하... 토스라는 금융 관련 어플에서 분석한 나의 지난 한 달간의 소비 패턴이다.

인턴십이 시작되고 나서 정말 돈을 안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원래 인턴들은 다 조금 받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해본 인턴들 중 이번이 가장 적은 급여를 받는 인턴십이라는 건 분명하다.

주말 수당, 초과 수당, 그런 거 없다. 쉴 땐 확실히 쉬지만, 휴가를 안 쓴다고 돌려주는 돈도 없다.
정말 말 그대로 최저시급 기준에서, 빠질 건 다 빠지고 남은 액수가 내 통장에 꽂힌다.



절약이야말로 최고의 재테크!

월급날, 알람이 울리자마자 은행 앱을 열었는데 숫자가 너무 조용했다. 살면서 이렇게 적은 돈을 받고 일할 줄은 몰랐다…ㅎㅎ

190만 원이 채 안 되는 180만 원대 월급.


그 중 150만 원은 엄마와 상의 후에 적금으로 넣기로 했다. 그러고나면 남은 건 한 달 생활비 약 30~40만 원.가혹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겐 새로운 도전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2023년에 읽은 『소비단식일기』라는 책에 영감을 받아 실제로 소비단식을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더 신중하고, 내게 맞는 방식으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 소비단식은 모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기쁨을 주는 소비는 유지하면서, 사치재 소비만 줄이는 방식으로 나만의 기준을 정했다.


전략1. 자취는 포기하자
그리고 시간이 맞으면 셔틀을 탈 수도 있다.

나는 사실 출퇴근길이 왕복으로 대략 3~4시간 정도 걸린다.


나는 사실 출퇴근길이 왕복으로 대략 3~4시간 정도 걸린다. 차가 막히지 않아도 3시간 정도, 평균 4시간 가까이 걸린다.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갈아타야 하기에 처음에는 자취를 고려했었지만, 채용 전환형도 아닌 5개월 인턴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깔끔하게 자취는 포기하고, 그냥 조금 더 고생하기로 했다.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서 7시 10분 전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 버스에서는 피곤하면 자고, 공부가 잘 되는 날에는 무료 인강을 보기도 하고, 심심하면 유튜브도 본다. 출퇴근 시간을 온전한 나만의 자유 시간으로 활용하는 ‘작은 사치’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밀리의 서재’라는 앱에서 오디오북을 찾아 듣는다. 한 달에 9,900원이라는 구독료가 가끔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책 한 권만 완독해도 뽕 뽑는 거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나는 출퇴근길이라는 피곤한 시간을 오히려 나만의 행복한 시간으로 바꾸고 있다.


전략2. 간식과 커피, 점심은 회사에서 처리하자

우리 회사는 감사하게도 사무실에 다과 공간이 있고, 구내식당과 카페가 있다.


카페의 경우, 요즘 프랜차이즈 커피는 라떼 한 잔에 5천 원씩 하지만,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면서도 3천 원대에 라떼를 마실 수 있다. 텀블러를 가져가면 300원 할인까지 된다!

매일 마시지는 않지만, 정말 피곤한 날엔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사들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런 날엔 꼭 텀블러를 챙긴다.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돈을 아끼다 보니 친구들을 만날 때도 부담이 줄었다.


다만, 우리 회사는 공공기관 특성상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편의점조차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을 회사에서 해결하고 있다.


3. 올리브영 금지!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방앗간이 올리브영이다.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앱을 자주 들락거렸고, 세일 기간마다 굳이 사고 싶은 걸 찾아내서 장바구니에 담고는 1~3달 안에 구매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결심했다. 다 떨어진 게 없다면, 절대 앱도 매장도 들어가지 않기.

처음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3~4시간 왕복 출퇴근을 하다 보니 퇴근하면 올리브영에 갈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 오히려 수월하게 지킬 수 있는 규칙이 되었다.


4. 운동은 집에서


20살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온 나에게, 소비단식 중 가장 걱정된 부분은 운동이었다.

회사를 다니기 전에 필라테스를 끊어놓긴 했지만, 한 달 반 만에 수강권이 끝나버렸고 원래는 헬스장으로 이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생각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홈트’로 돌아가 보기로.

사실 긴 출퇴근 시간 탓에 수면이 부족하고, 취업 준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위장장애와 갑상선 기능 저하로 몸이 붓고 체중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해도 효과가 없다고 자책하고, 다시 스트레스 받고...


그래서 이번엔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완전히 쉬는 대신, 최소한의 루틴만 지키기로.




현재까지는 이러한 4가지 루틴을 기준으로 약 2달간 소비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소비단식을 시도할 때 마다 실패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서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지키려고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현재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고, 덕분에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알뜰한 사람’을 하나 더 알아가고 있다.


추가로 소비를 줄인다고 해서 참기만 하자는 것도 아니고, 행복을 포기하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생활 덕분에 ‘소소한 것에 기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렇게 소비를 줄이며 오히려 더 크게 느끼게 된 것들,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다음 편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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