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동급부 Apr 24. 2024

프롤로그


학교 도서관에서 문득 솟아난 어떤 감정에 이끌려 끄적였다.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된 그때까지, 순수했었고 그래서 더욱 아팠던 기억들을 두서도 체계도 목적도 없이, 그저 썼다. 글이란 게 참 묘하다. 쓰다 보면 전혀 다른 감정이 찾아와 분위기가 바뀌기도 하고 계획과는 매우 먼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기도 한다. 10여 편 이후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대략 20년 만에 다시 외부 저장장치에서 이 글들을 찾았다.

최초의 프롤로그에는 너무도 격하고 노골적인 어휘를 동원한 극단적인 나의 감정들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솔직히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모두 지웠다. 내가 오랜 시간 이 워드파일을 잊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감정의 질긴 생명력 때문만은 아니다. 언젠가 완성되면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는 더 익숙한 바람 덕분이다.


아흔이 그리 멀지 않은 어머니께서 수년 전부터 치매약을 복용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태까지 부리던 여유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전라도 시골마을에서 셋째 딸로 태어난 내 엄마 삼순이 그리고 그녀의 셋째 아들 삼철이

마치 남매의 이름 같은 모자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가족 이야기를 마저 적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