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동급부 Apr 28. 2024

세상 젤로 좋은 이름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음력 3월 삼짇날 새벽 3시에 아들 중 3째로 태어난 나는 ‘삼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내 첫 울음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인해 좀 더 나은 방향, 예를 들자면 세련·멋짐·예쁨 등을 생각할 필요성은 전혀 느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출생신고 하러 갔을 때 면서기가 이름 참 “기가 맥히다”고 했다는 일화는 귀에 얹히도록 들었다. 그래서 난 국민학교에 입학 전까지 내 이름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멋진 이름인 줄로만 알았다.


출석이 불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그 대상이 나일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이후 현실을 직시한 나는 참 기가 맥혔다. 이름으로 놀리던 녀석들도 하나둘씩 생기니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다.


형은 2철이고 큰 형은 1철이냐?

오, 이런!!! 대답은 말이 아닌 주먹이다. 손은 입보다 빠르다. 아울러, 선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 나로서는 절대로 용납도 묵과도 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이자 도발인 것이다. 1철이도 2철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팩트는 내 선제공격의 명분이요, 세상에서 젤로 좋은 이름이라는 부친의 가르침은 내 폭력의 정당성이었던 것이다.


급기야 난 주먹 쌘 놈으로 통하게 되었다. 물론 오래지 않아 웃음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당시 바로 뒷자리에 앉았던 한 녀석, 나와 이름이 비슷한 '*철'이로 기억한다. 월요일 아침 전교 조회 중 부르던 애국가에 내 이름이 나온다며 최고의 이름이라고 엄지 척을 하곤 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_-

어쨌든 녀석의 학교생활은 제법 편해졌다. 아마 지금도 사회생활 잘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연 많은 이름의 소유자를 막둥이로 3남 2녀의 -70년대 만 해도 완벽한 조합이라는- 다복한(?) 가정이 완성되었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