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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Aug 04. 2021

[인문학으로 읽는 외식업]- 꽃은 돈이다


꽃과 돈

돈을 벌어야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돈이 있어야 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죽지 않고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이제 죽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꽃을 빨래하는 일이다

꽃에 묻은 돈의 때를

정성 들여 비누칠해서 벗기고

무명옷처럼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꽃을 다림질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죽기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돈을 불태우는 일이다

돈의 잿가루를 밭에 뿌려서

꽃이 돈으로 피어나는 시대에

다시 연꽃 같은

맑은 꽃을 피우는 일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정호승 시인의 <꽃과 돈>이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돈이 있어야 사람도 꽃처럼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가슴 아픈 시입니다.

시인은 이런 시대를 거스르겠다고 다짐하는데요.

꽃을 빨고, 다림질하고, 불태워 맑게 다시 피우겠다는 다짐입니다.

꽃이 돈이 아닌, 사람이 돈이 아닌 그런 세상을 꿈꾸는 거라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본 게 참 오래된 일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을 돈으로 보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무엇인가를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그렇게 대하게 됩니다.

돈이 되는 사람이면 친절해지지만, 돈이 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이미 우리 마음은 AI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외식업도 그렇습니다.

고객이 고객이 아니라 돈처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저 인간은 무전취식, 저 사람은 8,000원짜리, 저 고객님은 25,000원짜리의 돈일 뿐입니다.

바쁜 시간에 혼자 와서 4인석을 차지하고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인간 같지도 않습니다.

탕 하나 시켜 놓고 둘이 앉아서 한두 시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소리를 지르며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어 집니다.

밟고 싶은 들풀이고, 차버리고 싶은 잡초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빨고, 다림질하고, 불태워

사람을 사람처럼, 고객을 고객처럼 대하는 외식업이 되어 가기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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