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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an 25. 2024

[이선균] 배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본 캐릭터

골든 북 스토어/성독진

이선균 배우는, 연기자로써 좋은 배우였다고 생각한다.

‘무죄추정원칙’에 입거해 배우의 연기로만 생각하고 상상해보았다.

다른 이슈에 관해서는 논외로 어떤 의견도 내지 않는다.





이름: 성독진,

제목: 골든 북 스토어


독진은 유명한 검사였다. 깡이 좋기로 소문났지만 사실은 겁이 더 많았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서 깡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다 짤리고 싶어서 그랬던 것 뿐이었다.


독진은 검사가 되고 싶어서 검사가 된 게 아니었다. 그냥 작은 책방 하나 운영하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글 쓰는/창작하는 재주는 없고, 공부에는 재능이 또 있어서 공부는 잘했다. 근데 의사가 되면 피범벅 되고 사람들의 죽음도 봐야 되고 여러가지로 싫고 해서 검사가 됐다.


판사임용시험에도 응시했으나 가지 않았다. 그때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의 유명 작가가 한국에 방문한다고 해서 공항으로 가 싸인을 받았다. 그렇게 판사가 될 기회를 날린 게 독진이었다.


이런 독진의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독진을 지독한 검사라해서 독한 검사다 해서 독검이라고 불렀다. 그냥 들이박았다. 짤리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의외로 승승장구하며 정의의 구현자가 되어버렸다. 되고 싶지 않은 일들은 이상하게 잘 풀리고, 되고 싶은 일들은 안 풀리는 독진이었다. 그럴 때마다 책을 읽었다. 마음의 안식을 얻으며 언젠가 책방을 운영하면서 살아야지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를 건드렸다. 현직 대통령이었다. 자기가 먼저 물었는데 다른 사람이 공을 가로챘다. 뭐 상관없었다. 근데 짤릴 줄 알았는데 좌천만 당했다. 그래서 더 들이박았다. 좌천 정도는 안 끝나니까 내 목을 베어버리라고. 그래도 짤리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사표로 검사를 때려쳤다.


이제 정말 변호사 일이나 해야지 했는데, 세상엔 왜 이렇게 불쌍한 사람이 많지?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의로운 변호사가 되어 활약했다. 가장하고 싶은 글을 쓰는 일 빼고는 다 잘하는 독진이었다. 변호사로 승승장구했다. 국선 변호사로 활약하며 힘 없는 자들의 힘이 되어 주었다.


생각해보니 검사도 아닌데 변호사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서점도 차렸다. 중고책들을 마구 사들였다. 책을 놓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싸고 넓은 방으로 갔다. 컨셉은 아니었는데 컨셉처럼 되어버렸다. 이제는 변호사도 컨셉시대 라면서 방송국들이 취재를 왔다.


독진은 그런 사람들이 뭘 하든 상관없이 그냥 책이 좋았다. 많은 중고책을 샀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더 힘이 들었다. 마치 책들이 더 무거운 느낌마냥, 어느 날 샀던 책을 다시 팔라는 사람이 왔다. 거절했다. 이미 내 책인데 왜?! 하면서 그러자 그 사람이 책을 다시 돌려달라며 소송을 걸었다. 감히 전직 검사의 변호사가 운영하는 책방주인한테.


“니책, 내책은 도서관에서도 안통하고, 서점에서는 먼저 집은 사람이라도 계산하기 전까진 서점 꺼고, 이 책은 안팝니다. 우리는 중고책을 팔지 않아요. 그냥 살뿐이죠.”


막무가내로 책을 팔라는 그를 쫓아낸다. 그러면서 그 책을 보는데, 책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황금괴가 있었다. 그가 팔았던 책들을 다 펼쳐보았다.


비자금이었다. 그 사람을 추적해보려고 했는데 본인이 아니라 대리로 온 것이었다. 우선 동료였던 검사한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하다가 멈춘다. 그냥 덮을 수도 있었다. 그런 놈들이었으니까.


독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책방을 운영한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책의 주인, 책을 다시 사려고하는데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는 독진, 그 책은 이미 이 책방에 없다고 한다. 그 남자는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 절반. 절반은 돌려주겠다고 한다. 아니면 이 비자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전국민이 다 알게 될꺼라고 말하는 독진이었다.


독진의 뒷조사를 했던 금괴책의 주인도, 독진이 누구인지 알아서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알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밤, 책방이 불탄다. 불에 타버린다. 독진은 행방 불명 된다. 책방 안의 책들도 모두 불타고 독진도 사라지고 금괴도 사라졌다.


온몸을 포박당한 채 맨몸으로 깨어나는 독진, 금괴가 있는 곳을 말하라고 협박하는 범인들, 그 사이에 독진은 범처럼 그들을 노려본다.


“늬들은 나 못 죽여. 난 아무 말 안할 거고”


침을 얼굴에 뱉어 응수한다. 금괴가 있는 장소를 알고 싶으면 절대로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거란 걸 안다. 범인들은 독진을 뚜드려 팬다.


그리고, 나오는 티비뉴스. 책을 열어보니 금괴가 있었다는 이야기. 전국 방방곳곳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갑자기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독서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였다.


범인들을 피로 옷을 입은 독진에게 설마 저 금괴들?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발견된 금괴들은 겨우 10분의 1수준. 나머지 어딨냐고 묻는데 독진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쳐 맞아서인지, 아니면 깡인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늬들의 인생이, 저 책 한 권 보다 못한 건. 참 씁쓸하지 않늬?”


독진은 죽음의 문턱을 가까이 와서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 깡으로 버틴 삶. 자신은 비록 책을 쓸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읽게 라도 만든 사람이 된 거를 축복하며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할 뻔 하지만, 독진은 자신이 믿는 후배에게 편지를 보냈고 후배는 전국을 뒤져 독진이 갇힌 창고를 찾아 죽어가는 독진을 찾아낸다. 후배에게 보낸 책을 꺼내온다.


“선배 이거, 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인 거 아시죠?”


책 속에는 작은 금괴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주실 거면 좀, 읽을만한 걸 줘야 제가 빨리 움직였죠. 일기장이 뭐야 일기장, 성독진 일기장을 관심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겠냐고요”

“퉤 , 시발, 그냥 좀 읽어. 책은 그냥 다 좋은거다.”


독진은 그렇게 후배, 지석에게 구해지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다시 책방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면 그 안에 금이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계속해서 심어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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