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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y 08. 2024

[이가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파트 2 - 22

이가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가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방지연

제목: 가지가지


지연은 잘나가는 치과의사였다.

특히 사랑니를 안 아프게 빼는 걸로 소문이 났다.


워라밸을 중요시 여겨 ‘9 to 6’를 절대적으로 지켰다.

지연이 운영하는 치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은 휴가를 써 예약해야만 가능했다.

덕분에 함께 일하는 의사들한텐 평판이 좋은 건 아니었다.

지연이 원장이어서 병원 문을 닫으면 상관없는데 그건 아니었으니까.

지연에게 진료받으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게 부지기수였다.


지연은 퇴근 이후에는 혼자 게임을 개발했다.

하루는 코드가 오류투성이라 도저히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화를 풀 마음에 공원을 산책하는 지연이었다.


그날은 오후 반차를 쓰고 나왔는데

밀린 예약 전화에 관한 것도 내일 해결해야 했기에

머리가 아픈 지연이었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출근할 때부터 타이어가 펑크나 있고,

대중교통을 잘못타서 반대로 가고

아이가 넘어지면서 아이스크림을 옷에 뭍이고

이제는 컴퓨터마저 말썽이었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지연은 그래, 쉼이 좋지 휴식해야지 하고 쉼 호흡한다.


고향이 떠올랐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시골깡촌이었는데

유원지인가 뭔가 관광상품이 개발돼서 지금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드나든다고 한다.


오랜만에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받질 않는다.


“바쁘네, 딸 전화는 1초면 받는 양반이”


최소 5분 이내 다시 전화가 왔지만 그날 따라 그러지 않았다.

지연은 공원에서 좀 걷다가

연인과 알콩달콩 데이트를 하고 있는 전 남친까지 보게 된다.


오늘 하루 정말 재수가 옴 붙었다.

마주치지 않으려 피했는데 이게 또 길이 엇갈려 마주친다.


애인이 1초 정도 멈칫하는 모습이 느껴졌으나

모른 척한다. 나중 에야 이어폰도 반대로 끼고 있었다는 걸 안다.


“봤겠지? 에이 씨..!”


오늘따라 왜 이럴까 싶었다.

집에 들어와 TV를 보다가 재미가 없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이 가득한데, 그 사이로 달빛이 비춰진다.


“달빛 참 에쁘네”


그때 전화가 울린다. 엄마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바닥으로 떨어트리는 지연이었다.


“아..빠..!”


후다닥, 겉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는 지연이었다.


고향에 오랜만에 도착한 지연은,

달라진 고향의 모습에 신기함 보다는

이제는 더 이상 아빠를 보지 못한다는 게 더 가슴이 덜컹거렸다.


수술실 앞 가족과 만났을 때는 울면서 얘기했는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임종 시간을 알려준 의사.

같은 의사지만 원망스러웠다.


죄 없는 의사의 멱살을 잡다가 부스스 쓰러지는 오빠를 달래고.

힘 없이 축 늘어진 엄마를 부축인다.


“죄송합니다.”


하얗 어야 하는 옷이 온통 붉은 것만 봐도

수술실의 상황이 짐작이 갔다.


지연은 지금도 의사 긴 하지만 자신이 외과 의사가 데려던 때를 떠올린다.

소방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어린 열 살도 안 된 딸이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아버지를 위로했을 때였다.

자기도 아빠 따라서 소방관이 될 거라고 말하던 때,

재를 미쳐 털어버리지 못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연이는 공부를 잘하니까, 아빠가 구해오면 살리는 의사가 되도 좋겠다”

“의사..?”


그렇게 의사가 됐지만, 도저히 외과 의사는 감당할 수 없어서

방향을 틀어 성형도 고민했지만 치과 의사가 된 지연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으로 밝게 웃고 있는 아빠의 얼굴을 보며

지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또 소방관 정복을 입고 있는 모습에 울화도 같이 차 올랐다.


“아빠, 이제 그만 하자, 우리 다 컸잖아~”


지난 설에 했던 말을 왜 안 들어 줬나.

현장 지휘관이 꼭 직접 들어갔어야 했나.

문안을 온 소방관들도 미웠다. 그런데 그들의 상처 가득한 얼굴을 보면

또,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그러면 안 됐다.


아버지가 구해낸 마지막 목숨.

가온이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지연은 오랜 친구이기도 했던 가온에게 다가간다.


“미안…”

“…”


사람을 구하려던 일이 미안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연은 그걸 알면서도 가온을 원망하고 싶었다.


왜 너가 아니라 우리 아빠냐고…

그렇다고, 가온이 죽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니가.. 미안 할 거 아닌 것도 아는데. 근데.. 또 그런 말은 지금은 안 나오네”

“미안…. 지연아”


겨우 살아난 친구였는데, 위로를 해줬어야 했는데

위로를 받아야 하는 지연이었기에 가온에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아버지의 유품들을 정리하는 가족들,

아버지가 꾸준히 기부를 해왔던 사실을 알게 된다.


“이거, 우리가 이어하자”


엄마의 말이었다. 오빠도 지연도, 동생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거, 내가 전담할게요”


아무래도 벌이가 가장 좋은 게 지연이었기에

지연은 자신이 독박전담을 하려고 한다.


“너만 딸이냐! 나도 딸이다!”

동생의 반기가 있었고


“나도 우리 아빠 아들이야!”

오빠의 반대에 더해


“내 남편이었어!”

엄마의 반대까지 있어


가족 모두가 아버지의 기부를 이어가기로 한다.


“진작 좀 말하지, 어쩐지, 용돈을 줘도.. 쓴 기미가 없어 보이는데 맨날 용돈은 올려달라고”

“그랬구나 우리아빠, 나는, 우리 용돈 준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용돈?”

“이거, 엄마 몰래 주머니에.. 왼쪽은 엄마가 아빠 몰래, 오른 쪽은 아빠가 엄마 몰래 그렇게 우리 용돈 받았지”


앞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회자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오랜만에 가족은 옛 이야기들이 소환되고 있었다.


“근데 보니까, 아빠가 기부뿐만 아니라 직접 가서 봉사도 많이 했네”

“우리도 하자, 하면 되지”


그렇게 가족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기부도 봉사도 이어하려고 했다.

지연은 조금 더 고향에 머물다 서울로 올라와 진료를 보다가,


봉사날이 되어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나도 여기 내려올까 봐. 이야기를 했다.

니 앞날이니까 니가 정하라는 쿨한 가족들의 이야기에.


“나한테 관심 좀 가지라고!”


유난 떨어 보지만,


“오지말라면 안올거야?”

“아니.”

“오라고 해도 니 맘대로고 오지말라해도 니 맘대로 할거잖아?”

“맞지”

“우리가 너를 몰라?”

“아니, 그래도 장단을 좀”

“넌 우리 장단에 맞춰준 적 있니?”


지연의 가족이 오랜만에 합심한 건 아버지의 유지를 잇는 일뿐이었다.

서로 특성이 너무 강했다.


치과로 진료를 선택한 것도 치과병원에 취업을 해서야

알게 된 가족들이었다.


“너, 외가 아니었어?”

“맞아 외과, 치과도 따지고 보면 외과야”

“아니… 그래 너랑 무슨 말을 하니.”


가족들은 아버지의 봉사를 이어 하는데, 그곳에서 가온을 다시 본 지연이었다.


“같이 할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가족들도 안부르고.. 혼자 하셨구만”


가온은 지연의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활동하는데,

지연의 엄마는 굳이 가온을 불러 가족들과 인사시킨다.


“여기, 너네 아버지가 제일 예뻐했던 소방관, 가온이라고”

“알아, 나랑 동창이야”

“어머, 너네 친구였어?”

“친구는 아니고 동창”

“그게 그거지 뭐가 달라?”


가온은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시키는 일을 했다.

지연은 괜히 가온이 못할 정도의 일을 더 시켰는데

힘들어 하면서 끙끙하면서도 해내는 가온이었다.


지연에게는 그게 더 밉상이었다.


봉사가 끝나고 모두 돌아갈 날,

회식을 하자고 하는데 지연은 가온이 싫어서 그냥 밖으로 나오는데,

가온도 지연의 가족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려던 모양으로 나와

두 사람은 결국 마주치게 된다.


“뭐하냐, 회식 안 가고”

“아, 좀. 체한 거 같아서”

“체하기는. 일만 잘하더만 나보면 체할 거 같아서 그런 거 아니고?”

“아니야 지연아, 그런 건 아니고..”

“됐어, 가라.”


지연은 가온을 지나쳐가는데, 뭔가 찝찝한 마음이 뭘까 싶어서

돌아보는데 가온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뭘 보냐..”

“아니.. 잘 가.”

“야. 잠시만”


지연은 가온을 붙잡았다.

어디 포장마차에 들어가 술 잔을 따른다.


“우리 아빠 유품에 너랑 같이 찍은 사진이 엄청 많더라, 딸인 나보다 너랑 찍은 사진이 더 많더라.”

“어..어..”

“너 잘못한 거 없는 거 알아…”

“어….?”

“근데…… 우리 아빠도 잘못한 거 없잖아….”


흐느끼는 지연이었다.

가온의 팔을 붙잡더니 때리고 다시 술 한 잔 기울이며 때리며

취기를 부리는 지연이었다.


“너도, 우리 아빠도, 나도 잘못 없잖아..!”


그런 지연의 취기를 온전히 받아주는 가온이었다.

그렇게 취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상이 자신 만 두고 비틀 거리는 모습에

지연은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우리 아빠 딸 방지연!”

“지연아..”

“내 얘기 좀 들어줘”

“응.. 말 해”

“우리 아빤,, 내가 조금만 아파해도 눈물부터 낸 그런 사람이었다.”

“…”

“근데 니가 날 아프게 하고 있으니까.. 책임져라.. 이 자식아…니가 가운데면 다냐!!!”


취객 모드 ON 이었던 지연은 그렇게 스르르, 힘이 풀려

가온의 앞으로 주저 앉듯 쓰러졌다.


가온은 빠르게 지연을 낚아채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걸 막았다.

어쩌다 서로를 끌어안게 된 두 사람이었다.


남들의 사랑니를 짤 뺐어도,

정작 자기 사랑니는 아직 하나도 못 뺀 지연이었다.


그런데 오늘 유독 하나가,

아프고, 아팠다.


이제는 빼야만 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으려면.


“지연아..”

“가온아, 나 많이 아파”


가온을 꽉 끌어안는 지연이었다.

가온의 어깨로 눈물이 떨어진다.

흐느껴 우는 지연이었다.


지연은 감은 두 눈 속에 아버지가 보였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탄 창가에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그 옆에서 아쉬워하는 게 다 티 나지만 웃으며 자신을 배웅해주는 가온의 얼굴도.  


있었다.


그때부터 지연은 가온을 잊기 위해

자신 좋다는 웬만한 남자는 다 만나고 다녀,

많은 전남친을 만들었다.


정작 전 남친도 아닌 가온이었는데.


“가온아, 나 너무 아파”


가온을 꽉 끌어안는 지연이었고,

그런 지연을 조심스럽게 안으며, 툭, 툭, 달래주는 가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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