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후 느낀 점.
그렇게 1년의 휴직 기간이 빨리도 지나버렸다.
휴직 전에 가졌던 열정은 사라지고 자존감이 바닥인 채로..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회사는 변한 게 없었다.
팀원들도 그대로이고, 해야 할 일도 그대로이고,
단지 나의 마음만 달라져 있는 듯했다.
휴직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이 이직 당시 삭감되었던 연봉을 정상화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휴직기간 동안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했던 보너스가 나오지 않았다.
보너스가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기에,
더더욱 예전처럼 나를 갈아 넣어가면서 일할 명분이 사라졌다.
그리고 많은 것을 내려놓고 휴직을 하다 보니 일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졌다.
복직 면담 때 부서장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회사에 바랄 것도 없고 회사에서 저에게 해줄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배 째고 놀 수 없으니,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할 달 해주세요. "
정말이지, 바라는 게 없어지니 욕심도 사라졌다.
다만 휴직기간 동안 낮아진 자존감을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채워 넣어야 하는데
복직할 당시에는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오징어게임 2에서 성기훈은 이렇게 외친다.
"나 이 게임해봤어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남자가
"그런 놈이 여길 왜 다시 기어들어와?"
회사에 다시 기어 들어온 나에게 하는 말 같이 느껴졌다.
복직하고 달라진 점은.
1. 우선 성과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회사에서 당장 잘린다 해도 월급 외 현금흐름이 있고 할 일이 있다.
2.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졌다.
인정받아 인사고과를 잘 받는다 하더라도 연봉 인상폭이 크지 않다.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만 버려도 회사보다 나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다.
3. 직장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직장 상사도 나와 같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불쌍한 직장 상사 잠깐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
4. 나에게만 집중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회식, 동료와의 친분 쌓기 위한 노력 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
눈치 안 보고 퇴근해서 자기 계발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렸고,
나를 돌아보는 독서와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