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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으로, 잠시 쉬어야 겠습니다.

무급휴직의 시작

by 민수석 Feb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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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의 과중함과 보상 없는 현실에 지쳐 있던 시기, 딸아이의 친구 아버님이 암으로 돌아가시는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회사에만 충실하던 분이었는데,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회사일만 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때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고,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 시기에 맞물려 부동산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투자에 성공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중요한 업무를 계속 맡게 되면서, 부동산 공부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1년간 무급으로 쉴 수 있는 휴직 제도가 생겼다.

 여행을 가도 되고, 공부를 해도 되고, 단 다른 곳에 취업만 하지 않으면 되는 안식년 개념의 제도였다.

입사 후 5년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었는데, 마침 나는 그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무급휴직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직 변경 가능성이 낮았다

     → 복직 후에도 기존 업무를 지속할 수 있었다.


2. 업무에 대한 자신감

     → 내가 맡은 업무는 조직 내에서 누구보다 잘한다고 생각했다.


3. 경제적 준비

     → 1년간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을 모아두었고, 추가로 보유 중인 캠핑카를 팔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4. 기회 비용 계산

     → 휴직과 비휴직의 차이를 따져봤을 때, 결국 캠핑카 유무의 차이일 뿐이었다.


5.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가족 돌봄 부담 없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있었다.


6. 퇴사의 발판을 만들 기회

     →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도 투자로 월급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 퇴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7. 연봉 삭감과 보너스 문제

      → 매년 나오던 보너스를 받을 수 없는 시점이라, "오히려 지금이 적기다"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남아 있던 업무만 마무리되면 즉시 휴직을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휴직은 부서장 및 인사팀과의 면담을 거쳐야 했다.

부서장에게 의사를 전달했을 때, 그는 예상치 못한 결정에 놀라며 시간을 더 두고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곧바로 그 위 상급자인 부사장을 찾아가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휴직의 명분으로 찾은 것은 이직할 당시 연봉이 많이 삭감되었는데, 그 부분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회사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사장이 "그건 어렵다"라고 답하면, 바로 휴직을 신청하려는 전략이었다.

예상대로 부사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그렇다면 원하는 게 있냐"고 물었다.

나는 즉시 "휴직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계획대로 휴직 승인을 받아냈다.


내가 애청하는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최악의 의사 결정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1. 가장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고려한다.

2.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한다.

3. 최악의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본다.


나에게 최악의 상황은 1년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기존에 받던 인정과 대우를 잃을 가능성이 컸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보유 중인 주식을 전부 매도하고, 돈이 되는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휴직을 선택했다.


이제 1년간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여 월급만큼의 현금흐름을 만들고, 복직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회사에 치여 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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