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진급시켜 놓고 해고한다고요?
해고당하고 웃을 수 있는 이유
진급하고 나서 원하는 대기업에서 최종 입사 레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소개해준 지인에게 연락을 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되어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최종 레터 받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려면 이직하는 것이 맞는데,
40대 초반의 나이에 국내 기업으로 이직해서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연봉 또한 현 직장보다 깎여 갈 것이 분명해 보였으므로, 행복한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를 소개해준 지인이 회사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업무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아 보여
연봉은 조금 깎이더라도 옮기는 것이 나을 거란 생각을 굳혀갔다.
돌이켜보니 이직하는데 한 가지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이직할 직장에 대한 업무강도를 나를 소개해준 지인 한 명만 레퍼런스로 삼은 것이었다.
나를 소개해준 지인은 나랑 성향이 정말 반대되는 사람으로
나중에 보니 이 사람만 회사에서 업무강도가 낮은 것이었다.
이직할 생각을 굳히고, 최종 레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일요일 저녁에 본사 매니저로부터 메일이 한통 왔다.
수신인 리스트에 포함된 직원들은 월요일 아침에 회의실로 모이라는 내용이었다.
왠지 첫 번째 정리해고 당할 때의 싸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설마, 두 달 전에 진급시켰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월요일 아침에 회의실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지?"
"왜 매니저들은 안 보이지?"
이윽고 본사 매니저와 지사 인사담당자가 들어와서 ppt를 띄웠다.
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리해고 대상자들이고, 언제까지 나오면 되고, 패키지는 얼마 줄 거야..
첫 번째 해고당했던 모습의 반복된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리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는지, 첫 번째 해고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이미 다른데 지원해서 최종 입사 레터만 받으면 되고,
퇴사를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하려고 했는데, 위로금까지 주면서 해고되었으니 나가주세요~하는 꼴이었다.
경력 해고자였던 내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 거죠?"
"기간을 늘려주실 수 있나요?"
"전직 서비스 지원은 되나요?"
"바로 사인하게 되면 위로금을 더 받을 수 있을까요?" 등등..
역시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해고 한번 당해봤다고, 그 이후의 절차에 대해서 꿰뚫고 있으니 말이다.
회의실을 나와 이직할 회사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여기서 해고당할 거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과를 빨리 알려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래야 내가 옮기던지 여기서 살아남으려 노력할지 결정이 가능할 테니까요."
일종의 압박을 한 셈이었다.
이 회사에서의 정리해고는 이러했다. 이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되면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었다. 인력 감축을 할 때는 고객사를 고려해서 인원을 정해야 하는데,
그냥 조직별로 정한 것 같았다.
내가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다른 매니저와 한국 영업 총괄 전무님에게 전달했다.
그랬더니, 나는 업무 특성상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 필요하면 자기한테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다른 곳으로의 이직을 하려고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 생각해 본다고만 하고
이직할 회사에서 입사레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해고 통보를 받은 지 이틀 후 최종 입사레터를 받을 수 있었고,
입사 날짜와 연봉 계약도 할 수 있었다.
연봉계약 시, 국내 기업이다 보니 최소 얼마 최대 얼마 이런 식으로 연봉계약서가 이메일로 왔다.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하니 최대의 경우는 받을 수 있는 보너스를 다 받을 경우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 받고 있는 연봉보다 적다고 컴플레인하니 2년 후 진급 보장을 해준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명시해준다고 한다.
진급하면 연봉 인상폭이 클 거라 생각하고 사인을 했는데, 훗날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었다.
진급하는데 연봉인상이 1%밖에 안된 것이다.. 10%가 아니고 1%..
이직할 회사에서 최종 입사 날짜와 계약서를 받으니 한결 수월하게 위로금과 근무일수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었다.
원래는 6월 15일 까지였던 근무기간을 6월 말까지로 늘려주기로 했다.
6월 한 달간은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도 함께 붙었다.
7월 1일에 이직할 회사 입사일이었으니, 중간 공백 없이 이직을 할 수 있고,
6월 한 달간은 자유시간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