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나타

by 민정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이웃 아파트 후문 앞에 할머니가 앉아 봄나물을 팔고 있다. 싱그러운 봄나물들이 올망졸망 담겨있는 작은 바구니들을 스캔한다. 쑥 냉이 달래 봄동들이 서로 경쟁하며 자기를 데려가라는 듯 나를 바라본다. ‘그래 알았다’ 대답해 주고 일단 스파게티를 만들려던 저녁메뉴를 냉이 된장국으로 바꾼다. 냉이만 데려오면 다른 애들이 서운해할까 봐 모두 데려오기로 한다. 머릿속으로는 벌써 요리 순서가 정해진다. 봄나물들이 들어있는 시장바구니를 흔들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에 달큼한 봄의 향기가 따라온다. 그 향기에 취해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봄이 오면 하늘 위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마음도 울어

나물 캐는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주


콧노래 흥얼거리다 피식 웃음이 난다.

‘아니 이 노래 참 섹시하네 꽃 따러 온 처자에게 자기 마음도 함께 따가라고.’ 정말 시인은 위대하다. 이렇게 슬쩍 엉큼한 마음을 끼워 넣다니. 2절은 새소리만 말고 자가 말도 들어 달라고. 참 순박한 총각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지금은 꽃 따는 처자도 없고, 나물 캐는 아가씨도 없는데 이런 우직하고 순박한 총각은 아직 어딘가에 있는가 궁금하다.


집에 도착.

1. 우선 무. 북어, 표고버섯, 다시마 넣어 된장국 끓일 육수를 올린다. 육수에 북어를 넣는 이유는 북어에는

단백질도 있지만 우리 몸을 해독해 주는 기능도 있다고 해서 자주 쓰는 재료이다.

2. 냉이 깨끗이 다듬어 씻어 놓는다.

3. 쑥은 전을 부치기로 한다. 쑥전은 향이 좋아 어린 쑥일 때 한 번은 해 먹어야 한다. 얼마 전 만들어 놓은 귀리가루에 계란하나 풀어 쑥전을 굽는다. 쑥의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봄에 제일 먼저 쑥 쑥 올라온다고

해서 쑥이란다.

4. 그 사이 육수가 잘 우러났다. 육수에 된장 풀고 냉이에 날 콩가루 버무려 넣고 두부, 파 마늘 넣어 한소끔

끓인다.

5. 그다음 봄동 씻어 고춧가루 멸치액젓, 매실액, 식초, 파, 마늘, 채 썬 사과와 함께 버무린다. 아 참, 참기름

한 방울도 안 넣으면 참기름이 섭섭해하지.

6. 아차차 봄나물에 팔려 밥을 안 안쳤네. 쌀 두 컵 얼른 씻어 강황 솔솔 뿌리고 표고버섯 넣고 전기밥솥 스위

치를 누른다. 버섯 밥을 하는 이유는 달래간장에 비벼먹기 위해서다. ‘ 맛있는 백미 밥을 시작합니다.’ 밥솥

이 말을 한다.

7. 그 사이 달래장을 만든다. 달래는 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밥이 되는 35분 동안이면 충분하다.

달래 쫑쫑 썰어 넣고 진간장, 참깨, 들깨, 아몬드가루, 들기름, 참기름, 고춧가루 약간. 달래 양념장 완성!


저녁 밥상 완성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집 밥의 달인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손도 빨라졌다. 하긴 45년의 내공이 이 정도도 못하면 안 되지.

혼자 자화자찬하며 행복에 겨워 밥상을 차린다. 여기에 빠지면 안 되는 마지막 중요한 양념 한 스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슬쩍 뿌려본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과 버무려 놓으니 봄나물 식탁이 춤을 춘다.

여보, 식사해요. 아름다운 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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