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내 나이가 참 좋다.
젊었을 때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것들이 새록새록 내 마음에 파고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봄바람을 동반한 봄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창 밖을 바라본다. 한창이던 벚꽃이 어느새 지고 연둣빛 새싹들이 이 봄도 빠르게 흐르고 있다고 알려준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는 나를 쇼팽이 머물렀던 지중해의 ‘마요르카’ 섬의 오래된 수도원으로 데려간다. 스마트폰을 열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는다. 이 곡을 들을 때면 쇼팽의 인생이 떠올라 가슴 아프다. 고국 폴란드가 러시아의 지배가 되자 어렵게 고향에서 탈출한다. 오스트리아를 거쳐 프랑스에서 겨우 자리 잡게 되었을 때 폐결핵이 악화된다. 프랑스에서 만난 연인 조루드상드의 권유로 지중해의 따뜻한 섬 '마요르카'로 이주했으나 하필 우기여서 결핵이 더욱 악화되었다. 각혈까지 하게 된 쇼팽을 달가워하지 않는 동네사람들의 눈을 피해 외딴 낡은 수도원으로 이주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상드가 아이들과 외출했는데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으로 낡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이 곡을 작곡했다. 이 무렵은 상드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폐결핵도 악화되어 최악의 시기였지만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가장 많이 작곡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의 숭고하고 열정적인 삶 덕분에 200여 년 후에 태어난 나도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눈을 감는다. 내 심장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 깊은 곳에 아련한 풍경화가 펼쳐지고 피아노의 시인 쇼팽과 사랑에 빠진다. 서른여덟까지 밖에 살지 못한 쇼팽에게 한없는 연민이 인다.
나는 클래식 음악의 이론은 잘 모르지만 참 오묘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안다. 작곡가의 삶이나 작곡의 배경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그들에게 경이를 표하게 된다. 그래서 젊었을 때 몰랐던 소소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인생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숭고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이까지 살아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 지금 내 나이가 참 좋다.
현실로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않는다.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할 실력은 안 되고 ‘비’에 관한 노래 악보를 찾아 연주해 본다.
먼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시작으로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rhythm of the rain’
이루마의 ‘kiss the rain’ ‘spring time’도 빼놓을 수 없지.
아차 박인수의 그 유명한 봄비도 있었지.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
이 노래들과 함께 추억여행을 한다.
음~~ 비 오는 날도 나는 행복에 겨워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