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같은 독서클럽 멤버가 1인기업 세미나에 나를 초대했다.
그는 만만치 않은 연봉을 포기하고 1인 기업에 뛰어들어 열심히 사업을 일구고 있는 30대젊은 엄마이다. 나는 1인 기업에 대해 별 관심은 없지만 요즘은 많은 젊은이들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한 번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초대에 응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모임 장소가 서울숲 근처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동안 서울 숲이 조성됐다는 말은 들었지만 가보지 못했다. 나는 숲 속 산책을 좋아한다. 핑계김에 서울 숲에도 가서 숲이 들려주는 봄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속에도 봄의 숲처럼 새로운 사랑과 희망의 씨앗이 움트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오후 1시에 세미나가 시작되니 일찍 집을 나서 서울 숲도 들르고 한양대 입구이니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맛있는 점심도 사 먹자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와 약속했다. 그러나 그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겨 못 가겠다는 연락이 와 나도 갈까 말까 망설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고 보니 서울 숲에 갈 시간이 안 되었다. 꼭 가보고 싶었던 서울 숲은 포기하고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한다. 혼밥은 좀 멋쩍지만 젊은이들 거리이니 만큼 나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평범한 식당뿐이었다. 조금 더 두리번거리다 보니 'EAT PT'라는 산뜻한 초록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EAT PT'라니 개인 맞춤 음식이라는 뜻인가?' 생각하며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역시 젊은이들로 붐빈다. 모던한 분위기의 실내답게 주문대가 없고 키오스크만 서 있다. 나는 키오스크에 익숙지 않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데다 돋보기를 찾아 끼고 우물쭈물하다 보면 뒤에서 기다리는 젊은이들에게 민폐 될까 마음만 급해진다. 그러나 그 날 만큼은 젊은이들처럼 해보고 싶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터치스크린에 손을 댄다. 샐러드 위주의 화려한 메뉴들이 저마다 자기를 시켜달라는 듯 나를 유혹한다. 그중 제일 비싸고 화려한 '연어포케'에 내 눈이 멈추었고 망설임 없이 주문을 마쳤다. 기계가 시키는 대로 터치하고 결제하면 되는 것을 할 때마다 익숙지 않아 남에게 의존했던 마음을 반성했다. 젊은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쉬운 키오스크 사용도 노인에게는 망설여진다는 것을.
영수증과 주문번호를 받아 들고 자리에서 기다린다. 잠시 후 내 번호를 부른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연어포케'와 '제로 콜라'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는다.
귀리밥, 각종 야채, 아보카도, 올리브, 토마토, 옥수수 위에 깍둑썰기로 썰은 생연어가 수북이 올려져 있고 발사믹 소스가 뿌려져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 젊은이들이다. '너희들만 이런 맞춤 음식 먹냐, 나도 내 손으로 키오스크 터치했다.' 자신이 대견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포크를 집어든다. 신선한 연어와 채소, 맛있는 소스의 조합이 내 입안에서 춤을 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보상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을 계기로 키오스크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버리기로 한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세미나 장소에 들어선다.
그곳 역시 3,40십대의 젊은이들이 전부였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내 나이 또래는 아무도 없다. 그들은 SNS를 통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러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성취감도 맛보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함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을 것이다. 나는 이 번 세미나를 통해 열심히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흐뭇했고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알게 되어 기뻤다. 새로운 시도나 모험 앞에 항상 나이를 핑계로 주저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서울 숲에는 꼭 들러서 봄 속을 깊이 산책해야겠다.
연어포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