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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애 Sep 26. 2024

아름다운 날

 오늘의 청명한 날씨는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망각케 한다.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아란 하늘을 바탕으로 드믄드믄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미풍에 흔들리며 나에게  속삭인다. 새로운 계절이 왔다고. 어느새 초가을이 고요한 서정시처럼 내려앉는다.


오늘 오전에는 내가 회원으로 있는 '한살림'에서 요리강습이 있다. 집밥을 40년 이상 한 고수이니 뭘 더 배울 게 있겠냐마는 그래도 참석해 보면 새로운 것이 또 있으니 요리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같이 갈 친구들에게도 연락해 놓았다. 좋은 것은 항상 함께 나누고 싶고, 알려주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친구가 두 명 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친구들이다. 

'한살림'에 도착해 요리실습을 했다. 오늘의 요리는 추석에 남은 전 재료로 밥전을 만들었는데 친환경 재료만 사용한다는 것 이외는 다 아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서로 배우는 것도 많고 할 일들이 있어 셋이 함께 시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시간 맞추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에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호암 미술관에 가기로 뜻을 모았다. 차창 밖으로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투명하게 맑은 공기가 흐르고, 차창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햇살은 우리의 우정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듯 계속 따라온다.


부드러운 햇살을 데리고 미술관에 도착했다. 스위스 출신 현대 화가 '니콜라스 파티(44세)'의 전시회다. 

'니콜라스 파티는 유년시절부터 그래피티를 체험하고, 대학에서는 영화, 그래픽 디자인, 3D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으며,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여 미술, 음악, 퍼포먼스가 융합된 전시와 공연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그의 작업은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러한 다원적 경험은 벽화, 채색 조각, 총체적 설치와 전시기획을 포괄하는 작품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암 미술관에서도 동시대에 살아있는 예술가의 전시는 드문 일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6주 동안 머물며 벽화 5점을 미술관 벽에 직접 그렸단다.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작품은 모두 파스텔로 그려졌는데 그 색감을 보니 파스텔의 마법사라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DUST(먼지)이다. 제목답게 벽화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사라진단다. 우리도 언젠가는 먼지로 사라진다는 것을 작품마다 암시하는 듯하다. 

또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우리나라 고미술 작품과 협업했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파티의 현대 작품과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들을 함께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작가는 고미술 소장품을 모티브로 현대적 기법을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으로 관람자들을 새로운 예술세계로 인도한다. 


나는 미술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그러나 예술은 접할 때마다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일깨워준다. 예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란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했던 시간, 미술관 뜨락의 조용한 잔디밭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새로운 가을을 공유한 소중한 친구들. 이 소중한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욱 깊어진 오늘은 분명 아름다운 날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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