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어둠 속에서 성을 꺼낸 철학자.

by 장혁

프로이트라는 사람의 이름을 듣게 되면 아마 여러 이미지가 떠오를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 중 한 명이며, '성'에 기초하는 그의 이론, 구체적으로는 그의 이론 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같이 처음 듣고 나면 꽤나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정말 독특한 사람인 듯하면서도,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성적인 것에 기인하여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적인 가치관에 기반한 사회에서는 성에 대한 이론을 꺼내 인간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에 더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분명히 이러한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프로이트는 여전히 그의 이름을 떨치고 있고, 아직도 심리학의 한 축으로 그의 이론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근대를 마무리하고 현대를 열어젖힌 3명의 철학자를 뽑을 때에도 니체, 마르크스와 함께 손꼽히는 것이 프로이트입니다. 성에 대한 이야기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마냥 눈 감는 것보다는 세세하지는 않아도 그가 어떤 이야기를 펼쳤고, 왜 그의 이론이 인류 역사에 큰 영향력을 남겼는지, 왜 그가 현대를 열어젖힌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나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프로이트의 여러 책 중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일반 의학을 공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히스테리성 환자에 대한 연구를 하며 당시 알려져 있던 최면을 통한 히스테리성 환자의 치료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최면을 통한 치료가 일시적이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히스테리성 환자라고 이야기하면, 요즘 우리가 히스테리라고 부르는 것과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오늘날 히스테리는 괜한 신경질을 내는 사람이 부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당시에 히스테리성 환자라고 하면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이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리적으로 팔을 다친 적은 없는데 정신적인 문제로 팔에 통증을 느낀다거나, 단순하게는 정신적 문제로 인한 소화 불량과 같은 것도 히스테리성 증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요. 요즘 정신과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대개 정신적 문제가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할 때 진단합니다. 그러니 히스테리성 환자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정신적 질병을 떠올려도 좋습니다.


아무튼 프로이트는 이러한 환자들을 연구하던 중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히스테리성 환자의 성욕이라는 것이 유아기 성욕의 모습으로 퇴행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공통점을 떠올리기 이전에 이미 프로이트는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바로 유아기 성욕이 자연스럽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 이전에는 유아기, 약 2~4세 정도를 의미하는데 이때의 성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터부시되기도 하고, 유아가 성욕을 보이는 경우 문제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왠지 지금의 우리가 느끼기에도 이렇게 어린아이들과 성욕을 연결 짓기에는 성욕이 가진 나쁜 이미지로 인해 안 될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 점을 뒤집었습니다. 유아기에 성욕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유아기에도 성적인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유아기 성욕과 함께 한 가지 개념을 더 도입하게 됩니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유아기 아이들은 분명 성욕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데 조금 자라서 이성을 가지고 생각을 할 때가 되면 유아기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2~4살 사이의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물론 어릴 때의 기억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렵지만 5살 정도를 넘어가게 되면 몇몇 사람들은 어릴 때의 일을 기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의 일은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죠. 이 점을 보고 프로이트는 '억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냅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유아기에 성욕이 있고 성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는데 곧이어 성에 대해 수치심, 역겨움, 연민과 같은 감정도 발달합니다. 그리고 뒤따르는 이러한 감정에 의해 유아기 성욕과 관련된 기억은 억압됩니다. 무의식으로 가라앉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프로이트 이론의 핵심 구조 중 하나인 무의식이 등장합니다. 앞에서 말한 수치심, 역겨움, 연민과 같은 감정이 초자아라는 우리 마음속의 규율 역할을 하며 성에 대한 것을 무의식 저편으로 억압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유아기에 성은 발달 과정을 거치지만 이후에 억압되어 무의식에 가라앉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춘기 이후, 혹은 성인이 되어 다시 성적인 발달이 이어질 때 문득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고개를 내미는 과정에서 히스테리성 질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어릴 때 성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은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히스테리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정확히 말하면 모든 사람이 유아기에 성적인 발달을 거치기 때문에 억압된 것에 의해 이후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이 발달하고 있는 유아기에 성적인 면이 과하게 드러나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과해 지거나 반대로 너무 엄격하게 통제된다면 문제가 되어 드러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유아기에 성이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과정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를 너무 과하게 만들거나, 혹은 발달 자체를 너무나 억제하게 되면 숨겨져 있다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대상은 성이지만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것은 그 자체가 아니라 부족이나 과잉입니다. 부족하게 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히스테리성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며 과잉인 경우에는 성 도착증 형태로 이어지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성 도착증은 일반적으로 성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예를 들어 키스나 시각적으로 흥분하는 일 등 모든 과정에 대해 그것을 과하게 좋아하거나 그것들에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적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과하게 추구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성 도착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유아기 성욕이 과하게 추구되었을 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대로 히스테리성 질환의 경우 성적인 에너지는 존재하는데 이를 너무나 통제하여 억눌려 있던 것이 다른 형태로 방출될 때 소화 불량 등의 증상으로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성에 대한 어떤 것이 부족하거나 과하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인데, 이를 가리키는 대상이 필요하겠지요. 프로이트는 성적인 에너지, 물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활력과 같이 조금 더 폭넓은 개념이 되겠지만, 이러한 에너지를 통칭하여 '리비도'라고 정의합니다. 결국 히스테리성 문제, 혹은 인간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이 리비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여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리비도를 과하게 표출하거나, 혹은 억압했던 경험을 찾고 이를 해결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이어지는 치료법이 됩니다. 진료실에 환자가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소파나 의자가 있고 치료를 돕는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쭉 들어주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 이러한 치료법이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요.


구조만 놓고 보면 이렇듯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프로이트가 대단한 점은 이러한 이론을 환자의 사례를 통해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과 유아기 성의 발달 과정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강기, 항문기라고 불리는 시기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세 콤플렉스 등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대해 들어봤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개념인데 프로이트는 이러한 구체적 개념을 만들어 유아기 성의 발달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이야기해본다면 구강기와 항문기는 성기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성적 쾌감과 에너지의 주체가 아직 성기로 옮겨지기 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전성기기로 불리는데, 최초에는 구강이 성기를 대신하여 쾌감을 얻는 역할을 하게 되며 이후에는 항문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구강기를 대표하는 행동에는 유아가 손가락을 빠는 행위가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쾌감을 얻는다는 증거로 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항문기에는 배변과 관련된 항문의 자극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바와 같이 구강기와 항문기에서 무엇인가 과잉 혹은 부족이 일어난다면 그 지점에서 더 발달하지 못하고 멈춰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구강기에서 멈추게 되는 경우 일반적인 사람보다 입을 통한 성적 행동에 과하게 집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시기를 지나 등장하는 개념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입니다. 이때 아이는 자신의 성기를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프로이트에 따르면 성기가 있는 남자아이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이 성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다들 나와 같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자신과 같은 성기가 없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여성을 보게 되는 것인데, 이때 남자아이는 자신이 뭔가 잘못하게 되면 거세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에게 이러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냐 하면 아버지입니다. 유아는 본능적으로 이성인 부모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프로이트는 이야기합니다. 호감을 느낀다는 게 단순히 좋고 나쁨보다는 성적으로 매력을 느낀다고 보는 것입니다. 남자아이는 어머니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 반사적으로 아버지를 경쟁자로 의식합니다. 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부르며 뒤따르는 거세 콤플렉스에 의해 결국 아이는 아버지를 경쟁자에서 두려운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프로이트에 따르면 여자 아이는 자신과 반대 성인 남자의 성기를 봤을 때 이를 선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선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발달 과정의 논리는 처음 들을 때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어쩌면 프로이트 자신이 남성이라 남성 중심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성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다 보니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면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그래서 프로이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워나갔으며 그가 구축한 성에 기반한 이론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잘 설명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에 오늘날까지 프로이트의 이론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뼈대와, 주요한 개념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씀드려 오히려 비판적으로 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궁금한 점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충분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지금 우리가 들어도 꽤나 신선합니다.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보다 더 성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그 당시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프로이트가 현대를 열어젖힌 철학자라고 불리는 데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근대는 이성중심주의로 표방되는 시대입니다.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믿고 인간 자체에 권위를 부여하던 시기였습니다. 신에게 의존하던 중세 시대를 벗어나 인간이 가진 합리적인 능력을 믿고 이를 개발하여 르네상스 시기를 이룩하고 과학을 발달시키고 인간 사회가 점점 더 진보한다고 믿던 시기였지요. 하지만 근대 말에 인간 이성의 합리적인 면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세계 대전이지요. 합리적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법한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서로 죽고, 죽이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이 인간을 대량 학살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던 시기에 프로이트는 등장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흔들게 됩니다. 인간은 이성적인 것보다는 무의식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이라는 것의 근간에는 성이 있다. 이성과는 반대되는 의미로 생각되던 인간의 본능, 성적인 면이 인간 행동의 표면에 떠오른 것입니다. 이성에 힘입어 하늘 높이 올라가던 인간을 멈춰 세운 것이죠. 그렇게 프로이트는 모더니즘을 멈춰 세우고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를 열어젖히게 된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도 인간의 이성적이고 좋은 면을 이야기할 때는 거리낌이 없지만 성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할 때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어둠 속에 밀어 두기엔 성은 인간 사회에서 너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밀어 둔다고 밀리는 녀석이 아닙니다. 괜히 밀어 두게 되면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억압된 성이 다른 문제와 함께 분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을 어둠 속에 밀어 두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처음으로 집요하게 해낸 사람이 바로 프로이트입니다. 모두가 숨기고 있었던 것을 어둠 속에서 꺼낸 사람, 그가 바로 프로이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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