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의사결정과 통계

불확실성 하에서 사회적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사고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by 장혁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 인문의 영역에 기술의 영역인 통계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실제 삶에서 통계는 어떠한 사상적 기반을 제공해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 실제 삶에서 우리에게 가장 자주 일어나고, 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적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이라고 하면 무언가 거창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부대껴 살아가면서 하는 수많은 결정 또한 사회적 의사결정의 일종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를 결정할 때 그 사안에 따라 무게감은 다를지 몰라도 우리는 항상 사회적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선택은 경제학의 영역이 지배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행동이 경제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니,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행동이 경제적인 고려를 할 뿐, 끝까지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개인에 있어서는 그나마 경제적인 의사결정이 조금 더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회적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경제성이 미치는 영향은 더욱 작아진다. 하나의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서 한 명의 사람이 고려하는 것은 너무나 다양하다. 너무나 다양해서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기준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고려사항을 모두 감안해서 하나의 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의 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지도 않는다. 해가 존재하는 문제라면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서 그 해를 찾아내면 되겠지만, 오늘날 불확실성의 시대에 그러한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가능한 의사결정의 결과 중에서 우리에게 최적인 지점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최선일뿐, 그 지점 또한 주어진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게 되면 변하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인 오늘날의 문제 상황이다.


결국 정리하면 오늘날 우리에게 놓인 상황은 이렇다. 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해졌고 다양해졌기에 주어진 의사결정 상황에서 하나의 정해진 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많지 않냐고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사회적 의사결정이라는 게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라면 모두 그렇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적지 않다. 그렇게 복잡하고, 또 빈번하게 마주치는 불확실성 하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의 사상적 기반 위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극렬한 논쟁에 시달리게 된다. 나와 상대방이 있다고 할 때, 내가 옳거나 혹은 상대방이 옳은 것이 과거의 사상적 기반이다. 결정론적 사고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이분법적 사상 체계, 선과 악이 분명한 체계 하에서는 둘 중 하나는 옳고, 하나는 틀렸다. 그래서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사회적 의사결정에 임하게 되니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상황이 나아질 리 만무하다. 불확실성이라는 것 자체가 정해진 답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하려는 사람이 정해진 답이 이쪽, 혹은 저쪽에 있다고 생각하니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이런 사상적 체계를 가진 경우 대개 나의 생각이 옳고 상대의 생각이 틀렸다고 믿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끼리 부딪히게 되어 있다. 상황은 그 자체로 불확실하니 이러한 대립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둘은 영원히 각자의 주장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그러니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사회적 의사결정에 놓였을 때, 이전과 같은 결정론적 사고방식,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사상 체계가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회적 의사결정에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상 체계가 필요하다.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 없이, 통계가 이야기하는 바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통계적 사고를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0과 1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통계는 0이나 1중 하나가 정해진 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0이 나올 확률이 40%이면 1이 나올 확률은 60%이다. 1이 나올 확률이 더 높기에 하나의 최적점을 추천해야 한다면 1을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1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저 사후적으로 결과를 확인해봤을 때 1이 옳았을 확률이 60%라는 뜻이며, 0으로 추정했을 때보다는 답을 맞힐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1을 선택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아직 이러한 생각의 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의문이 들 수 있다. 1이 나올 확률이 60%로 더 높다면 1이 더 정답이라는 뜻이니 결정론적,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1을 정답이라고 칭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그 자체로 두는 것이 불편해서 1이라는 확실성으로 바꿔 버린 것이다. 확실한 1과 불확실한 1은 엄연히 다르다. 불확실성 하에서 1의 선택은 0이 나올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인지하면서 그럼에도 1을 선택하는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를 그 자체로 내포하고 있다. 확실한 1을 선택하는 사람은 언제나 1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상태에서 1을 선택하는 것은 1이 현재 조건 하에서 최선의 추정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결정된 정답과 최선 추정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서도 다르다. 결정론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1을 선택했을 때 1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당연히 자신이 옳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애초에 자신이 옳다는 믿음으로 1이라는 정답을 선택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신념은 더욱더 강해진다. 하지만 통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1을 선택했을 때 1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자신의 추정이 우연히 맞았을 뿐이다. 물론 자신의 추정이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의 추정이었을 테니 답을 맞힐 확률이 0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답을 맞힌 것이 어느 정도 우연성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은 잃지 않는다. 1이 나올 확률이 60% 였다면 1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60%라는 우연이 작동한 것이다.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이 굳어지지 않고 예리하게 살아있게 되며, 자신의 선택이 신념화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채로 남아있게 된다. 결과에 따른 차이는 결과가 틀린 것으로 밝혀졌을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결정론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정답이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자신의 생각에서 지워버리거나,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그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혹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입력 값, 즉 데이터나 주어진 상황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결정한 결과는 정답이기 때문에 전혀 수정될 수 없고, 그 외의 것들을 바꿔서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다. 결정론적 사고방식 하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주지 못한다. 개인도, 의사결정도 개선의 여지가 없이 굳어 있으며, 합리화만 지속적으로 반복될 뿐이다. 반대로 통계적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신의 추정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확률이라는 것이 애초에 그렇기 때문에 내가 60%의 확률을 통해 1을 선택하더라도 40%의 0이라는 확률을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그 확률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고, 결과가 과정을 훼손하지 않는다. 다만, 결과를 통해 새로운 상황이나 데이터가 입력된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 같은 상황에서 결과를 추정할 때는 1이라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낮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 1이 나올 확률이 60%라고 생각했다면 0이라는 결과를 보게 되었을 때는 다음에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50대 50 정도로 생각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고, 제시된 결과를 무시하지도 않는다. 주어진 결과는 결과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가진 추정을 개선하게 된다. 통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다.


결국 두 가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혹은 그렇지 못하고 하나의 확실한 답을 선택하는가이다. 결국 하나의 답을 추정하거나 선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너무나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에 따라 갈라지며, 반대의 경우를 실제로 확인한 경우에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결정론적 사고방식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의사결정 과정에 개선을 불러일으킬 수 없지만 통계적 사고방식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의사결정에 건전한 개선을 일으키게 된다. 일시적으로는 둘 다 같은 결과를 맞이하겠지만 의사결정이라는 데이터가 하나 둘 쌓이게 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때는 두 가지 사고 체계는 개선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위치에 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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