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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나은 Jul 24. 2021

'더나은' 너는 누구니.

더나은이 쓰려는 글

 나는 독일계 회사의  Internal Sales 팀에서  영업 지원 관리 부서를 맡고 있고 올해 11년 차가 되었다.

 주된 업무는 싱가포르와 독일의 물류 창고에서 회사 물품을 SAP라는 ERP* (아래 참고) 시스템을 통해 구매 관리하고  영업사원과 고객을 지원한다. 일의 80% 이상이 SAP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덧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평범한 듯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직장인일 뿐이었다. 대구에서 그래도 괜찮다는 대학교를 나와 20대 때 약간의 방황을 하다가 이직을 통해 운 좋게 지금의 회사에 왔고, 여자가 벌기에 연봉도 그럭저럭 괜찮게 받고 있는 편이다. 내가 '덜'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 또래의 친구들과 달리 30대 후반의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이는 그리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나의 주변인들 기준으로 보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의 '그 사건'을  기점으로 내 인생은 완벽하게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내 삶은 '그 사건'으로 인해 송두리째 망가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눈을 뜨는 순간마다 죽기를 바랐다. 스스로가 용서가 되지 않는, 아무런 의지 없이 시작되는 매일의 아침은 칼로 날카롭게  살점을 도려내듯이 내 마음의 살을 도려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내가 왜 그랬을까?"


 하루에도 수만 번씩 되뇌며 스스로를 탓했다.  벗어나 보려고 병원도 가고, 책도 읽고, 술도 진탕 마셔봤는데 누군가 세게 나를 뒤에서 끌어당긴 듯이 항상 그 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넌 행복해질 자격이 없어'라고 하듯이.  

 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의 나는 전혀 달라져 있다. 누구보다 하루를 감사하게 살고 긍정적이며 활동적으로 살고 있다. 전혀 하지 않았던 SNS를 시작해서 모르는 '인친'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블로그에 글도 쓰기 시작했다.  힘들다고 했던 그 '상황'은 엄밀히 말하면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이다. 그런데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친구가 SNS를 보고 어느 날 연락이 왔다. 혹시 계정이 해킹이 되었냐고.

 그래서 대답했다.  '아니, 내가 맞아.'


 내가 지금 힘들었을 때와 달리 어떤 성공을 이루어 냈는 상태인가? 아니다. 나는 아직도 그냥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직장인일 뿐이다. 작년에도, 그 사건이 있던 그날에도, 오늘도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를 가고, 집에 오고, 저녁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같은 상황 속에서 단 한 가지를 바꾸고 나서 엄청나게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변하기 시작한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너무나도 두근거리고 매일이 기대된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힘든 상황일 때 극복할 수 있도록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심리학적인 전문 지식이 나에게는 없다. 다만, 지금 어디에서 울고 있을 또 다른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내가 변한 과정을 글로 남겨 힘이 되어 드리고 싶다.

내 글이 그분들이 울컥할 때, 문득 생각나서 찾아오는 장소 중의 하나인 딱 그 정도의  글을 쓰고 싶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란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과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며,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고 새로운 정보의 생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또는 전사적 통합시스템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사적 자원관리(ERP) (기업을 바꾼 10대 정보시스템, 2014. 4. 15., 노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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