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포장을 천천히 뜯어서 잘 써야겠다.
화창한 가을날엔
하루하루를 아껴 써야 할 것만 같다.
일터로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이다.
미지의 선물상자를 뜯어보는
설렘으로 나서는 이도
학창 시절 벌칙으로 받은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가는
심정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음가짐은 이미 하루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늦더위라지만
벌써 이른 아침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다.
며칠 안 있으면 가을이 햇사과처럼
싱싱한 공기를 선물할 것이다.
짧은 가을을 한 알 두 알 배어먹다보면
겨울 찬바람이 불청객으로
금세 들이닥칠 것이다.
선물 같은 가을날
하루하루 아껴야 하겠다.
열대야가 길게도 공기를 짓누른 여름이 있어
올 가을날의 하루는 더 비싸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을 보낸 사람은 안다.
가을엔 그저 좋은 날만 있으면
다른 선물이 필요 없다는 것을.
그저 맑고 시원한 공기만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풍성해지기에.
Gabriel Fauré, Élégie Op. 24 (1880)|Nadège Rochat, cello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