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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Oct 12. 2021

엄마의 마지막 편지

너는 너만의 여행을 가야 한단다.

아마 이 편지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아. 엄마가 보낸 다른 편지는 다 잊어버려도 오늘 이 편지의 내용은 절대 잊지 않길 바래. 우선 너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야. 네가 예쁘던지 못생겼든지, 공부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돈을 잘 벌던지 못 벌던지 말이야. 세상은 너의 외모 학벌 직업 경제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진실을 그렇지 않단다. 너는 네 존재로서 의미 있고 소중한 사람이란다. 그러니 혹 누가 그런 잣대로 너를 비하해도 흔들리지 않길 바라. 그건 그들의 미성숙함이고 무지함이니..


그러니 너무 착한 아들, 딸이 되려고도 하지 말고, 좋은 형이나 언니가 될 필요도 없단다. 더 나아가 네가 가지고 있는 대학교의 이름이나 직업 혹은 능력이 절대로 너의 존재를 대신하는 것들도 아니야. 그건 그냥 네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역할 중에 하나일 뿐이지, 네 존재를 증명해 주는 건 아니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 역할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만 그럴 필요 없단다.


대신 너는 너 자신을 아는 데 능한 사람이 되길 바래. 세상의 그 누구보다 이 엄마보다 너 자신에 대해 많이 알고 네 마음속에 생각 속에 일어나는 일들을  잘 읽어내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네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이나 선택 가운데 가장 너다운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그렇게 너다운 선택으로 가득찬 삶을 살기를 바래.


그리고 마지막 당부는 "절대로 절대로" 너의 삶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마라. 비교와 판단이 익숙한 문화에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순간순간 그런 너의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기도 하고 네 처지가 비관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네 마음을 잘 다독여 다시 네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엄마가 여러 번 말했지만 비교로 얹을 수 있는건 열등감아니면 교만 뿐이란다.


엄마가 이 만큼 살아보니 우리의 삶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각자의 목적대로 여행을 온 여행자와 갔더라.  어떤 사람은 세계여행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자전거 여행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도보 여행을 하더라. 그러니 각자의 목표지점도 다르고 가는 방향, 방법도 각자의 여행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단다. 그런 삶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해. 그냥 너는 네가 가고 있는 길을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과 지난 온 길에서의 실수를 번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이 땅에 태어난 순간 각자의 여행을 하는 거니까. 너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라도 때론 네가 가는 여행과 다른 여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지 누가누가 잘하나 경쟁하는 삶이 아니란다. 그러니 너만 느리게 가는 것 같고 뒤쳐진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넌 이 땅에서의 네 여행을 잘 마치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 열광하거나 세상 사람들이 쫓아가는 것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정말 원하는 길이고 원하는 여행인지, 스스로 늘 자문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길 바란다. 그 질문에 자신 만의 답을 찾지 못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황하고 아프거든. 사실 거의 대부분 모든 문제의 답은 네 안에 있으니까.


엄마는 너랑 함께 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단다. 하지만 엄마에겐 너의 엄마로서의 삶도 있지만,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여행이 있단다. 이 편지는 남기는 것도 어쩌면 내 여행의 한 부분이기도 했지. 그리고 이것 말고도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엄마가 가야 하는 여행이 아직 남아 있지. 너와 마찬가지로 엄마도 그 여행은 안전하게 잘 마치는 것이 내 꿈이기도 하다. 그렇게 너에게 인생 여행자로서의 삶을 잘 마무리하고 멋있게 떠나는 엄마가 되는 것이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니까. 그렇게 우리 각자의 여행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자.


그동안 편지 읽어줘서 너무 고맙고 엄마의 편지가 조금이라도 너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래.  그리고 잊지 마. 엄마가 항상 사랑하고 너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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